직장인 손기섭(45) 씨는 승용차를 두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비싼 휘발유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식당 음식 가격도 너무 올랐다. 배달료마저 덩달아 뛰는 탓에 한 끼를 먹는 데 2만원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손 씨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건 이제 옛말"이라며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서 사실상 월급이 삭감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각각 5%와 6%에 근접하면서 '물가 폭탄'에 직면했다. '진짜 공포'는 물가 상승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다.
3일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대구경북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4.9% 올랐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5.1%)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4%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가 이끌었다. 공업제품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2.97%포인트(p), 개인 서비스는 1.50%p다. 전체 물가 상승률(4.9%)의 4.47%p를 차지했다.
상품물가로 보면 공업제품이 8.1%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29.4%, 43.0% 올랐고, 자동차용 LPG도 28.0% 뛰었다. 전기료(11.0%), 도시가스(3.8%) 등도 오르면서 전기·수도·가스도 6.2% 올랐다. 한국전력의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상향으로 전기료가 오르고 지자체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까지 겹쳤다.
농축수산물은 0.1% 올랐지만 품목별로 수입쇠고기(19.4%)와 딸기(37.4%)는 두 자릿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는 4.9% 올랐다. 재료비·인건비가 오른 게 원가 상승 요인이 됐고 경제 활동 재개가 이뤄지면서 수요도 함께 커졌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3.9%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식용유지가 16.1%로 가장 크게 올랐고 빵·곡물(4.0%), 육류(6.7%), 과일(8.5%), 과자, 빙과류(6.9%), 기타식료품(5.7%) 등도 전방위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 가격이 뛰고 물류비도 상승한 여파가 식료품에 반영됐다.
경북 소비자물가지수는 5.8% 올랐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4%대 물가 상승률을 보인 뒤 지난달 이를 넘어섰다. 전국으로 보면 강원(5.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물가 상승률로 2008년 8월(6.9%)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가 지속되는 만큼 이 추세라면 이달 대구와 경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5%대, 6%대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다. 통계청은 "당분간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