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국무총리실까지 나서 대구의 구미 해평 취수원 공동 이용에 관해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협정을 맺었다. 반대 여론이 두려워 해당 도시인 구미나 대구도 아닌 저 멀리 세종시까지 조인식 장소를 옮겨 협정을 체결하였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구 거리 곳곳에 현수막까지 걸어, 30년 난제를 민주당이 풀었다며 선전을 하는 데 열을 올렸다.
1천300만 영남 시민에게 낙동강은 생명의 젖줄이다. 태백에서부터 부산에 이르기까지 1천300리 낙동강 물길을 댐이나 다름없는 8개의 거대한 보로 막아 놓아 맹독성 물질로 이뤄진 녹조를 창궐시켜 놓은 상태에서 무슨 수로 누구와 무슨 상생을 한단 말인가. 상생과 협치는 민주당 출신 구미시장과 국민의힘 출신 대구시장이 '의기야합'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각 지역의 풀뿌리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일로부터 상생과 협치는 가능할 뿐이다.
맑기는커녕 프랑스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기준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마이크로시스틴 맹독성 물질이 낙동강에 창궐하여 낙동강물은 물론이고 그 강물로 재배한 쌀, 배추, 무 등 우리의 주식에서도 다량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채 취수원만 상류로 옮긴다고 자연이 살아나며 시민들의 건강이 도모되는 것이 아니다.
녹조로 오염된 우리의 낙동강물을 거대한 보로 가둬 두면 시민과 시민들 사이의 상생이 과연 가능할까. 구미시의 물을 끌어다 쓸 경우 대구 시민들이 지출해야 하는 물값 인상(4배 정도 예상), 물을 끌어오기 위한 도수로 토목공사 비용(5천억 원대 소요 예상)은 차치하고라도, 낙동강물 대신 운문댐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75만 명에 달하는 대구의 동구, 수성구 시민들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운문댐에서 대구 시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위해 가져오는 물이 하루 22만 톤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구시가 취수원을 이전해서 구미 해평 취수원을 사용하겠다고 나서자 이번에는 낙동강 하류에 취수원을 두고 있어 물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울산시 역시 운문댐 취수원을 공동 사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약 8만 톤 정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경산시 도시 개발로 인해 역시 운문댐에서 필요로 하는 물이 5만 톤 정도 된다고 한다. 이 경우 하루 22만 톤 정도의 운문댐물을 사용하던 대구 동구, 수성구민들은 9만 톤 정도의 물밖에는 배정받지 못하게 될 텐데, 이게 용납 가능할까.
상생 발전 운운 말고 각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역 자체 내의 오염원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경북도는 낙동강 최상류에 있으면서 낙동강을 죽음의 물로 만들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를 하루바삐 폐쇄하고, 구미시는 비점오염원 차단과 아울러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폐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인간이 수행해야 하는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고 했다. 노자의 말씀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아니하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고 했다. 그리하여 물은 도(道)와 같다고 했다. 그런데 물이 흐르지 않고 썩어 독을 내뿜으면, 물은 세상을 병들게 할 것이고 인간은 맑은 물을 찾아 서로 쟁투하며 인간의 도 따위는 내팽개쳐 버릴 것이다. 인간의 정치가 인간을 그리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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