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규의 행복학교] 1만 시간의 법칙

최경규

무엇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라는 물음에 사람들은 그냥 별거 없다는 말로 입을 모은다. 별거 없다는 말, 그냥 운이 좋아서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실력이 남달라 그들의 대답이 겸손에서 시작됨이라 미루어 짐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작은 공 하나로 묘기를 부리듯이, 예술에 가까운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분명 하루 이틀의 운이나 재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지난 며칠간, '별것이 없다'라는 그들의 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고, 그 말 속에 숨겨진 비밀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별거 없이 묵묵히 그 일을, 아주 오랫동안 한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에서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자기의 갈 길을 어설픈 변명으로 대신하지 않고 매일 일정한 양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초등학교 시절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고 내공을 쌓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과 프로에 입단하게 된다. 그러기까지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모된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프로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처음에는 막연한 부러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다가 프로가 되는 빠른 지름길이라도 있을지 몰라 개인적으로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시간을 다소 줄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프로가 되는 물음에 대한 답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앞서 말한 물리적인 시간,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무엇을 잘하고 싶다면 말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발표했던 논문, '1만 시간의 법칙'이 오늘 나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준다. 에릭슨은 그의 논문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이가 바로 연습의 양에서 시작된 것이고, 프로와 같은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1만 시간 이상을 연습하였다는 것이다. 이 1만 시간의 법칙은 최근 말콤 그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다시 한번 인용되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친숙한 용어이기도 하다.

1만 시간. 듣기만 하여도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이 시간은 하루 3시간씩 무엇을 한다고 했을 때, 10년이 걸리는 양이 된다. 무엇을 잘하기 위해 벼락치기를 해서는 금방 몸과 마음은 지쳐 버리고 실력도 제대로 늘지 않는다. 헬스클럽을 한 번 정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근육은 오랜 세월 동안 반복적인 자극을 주어야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단기간, 하루에 10시간씩 1주일 한다고 몸짱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같은 양이라도 하루 3시간씩 3주간 해야 서서히 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기계적으로 삶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오래갈 수 없다.

1만 시간의 법칙, 그 마라톤과 같은 장기간의 시간을 더욱 효과적이고 이왕이면 행복하게 지속할 방법은 무엇일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무엇보다 목적성이 아닌 즐거움이라는 단어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 즐거움을 가진다는 것은 몰입이 되는 것이고 몰입은 시간의 고통조차 잊게 하기도 한다.

케임브리지 의대에서 연구한 웰빙의 10가지 요소 중 하나로 몰입이 포함되어 있다.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Maritn Seligman) 역시 행복의 3대 조건 중 하나로 몰입을 말하였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을 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몰입의 순간을 자주 오래 느끼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하였듯이 몰입을 하고 오랫동안 지속하는 사람만이 전문가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다.

◆행복의 3대 조건 중 하나로 '몰입'

예전 베이징에서 공부할 때 같은 방을 사용하던 룸메이트가 있었다.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에 일어나는 나와 반대로 그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늘 잠이 들었다. 하루는 무엇을 하는지 일부러 잠을 청하지 않고 그를 기다려보았다. 그는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중국어도 통역과정을 다닐 만큼 잘하는 그였는지라, 열심히 공부하고, 머리를 식힐 겸 재미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그가 우리나라에서 최상급 게임 선수였고,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상금까지 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 잘하는 것, 그것도 최고가 되기 위한 공식이 간단하였다. 그는 게임을 좋아했고, 밤을 지새울 정도로 몰입하고 오랫동안 그 시간을 보내었던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또 다른 주의점은 목표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무조건 1만 시간만 의무적으로만 채우려 한다면 지속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간을 채우고 난 후에도 그만큼의 효과성을 가지기 어렵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야구가 아닌 테니스와 같이 할 경우, 비슷한 크기의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라지만 그 결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사람보다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일에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하고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가? 매일 조금씩 싫증 내지 않고 하는 일이 무엇인가? 아마 그 일이 지금은 비록 보잘 것없는 일일지 몰라도 세월이 흐른 뒤에는 당신을 든든히 받쳐줄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할지 모른다. 하루 3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면 하루 1시간만 투자해도 괜찮다. 바쁜 시간 속에서도 나는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한다.

학원에 갈 시간도 없지만, 다소 체계적이지 않지만, 늘 하루에 몇 글자라도 배우려고 교육방송 교재를 정기구독하여 보고 있다. 누구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완벽한 문법도 아니고, 자격검정시험조차 보지 않아 점수가 없어도 나는 늘 흐뭇할 수 있다. 어제보다 오늘, 라디오 넘어 들리는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이해가 수월해질 때 그때의 기쁨과 내가 느끼는 자존감은 설명할 수가 없다.

벌써 한 해가 하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세운 목표가 있을 것이고 그 목표를 얼마나 이루고 사는지에 대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는 말이 있듯이 혹 어떤 핑계로 아직 시작조차 못 한 사람이라면 형설지공(螢雪之功)의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불빛이 없어 글을 볼 수 없을 때, 눈을 대신 이용했듯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언가를 집중하면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은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디언의 속담 중, 같은 말을 2만 번 이상 외치면 그 일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말이 있다. 세상 이치가 그리 다르지 않다. 무엇인가를 원하는 일이 있다면 끊임없이 그 일을 몰입해서 해보자. 오늘 아침에 하는 절실한 기도가 내 마음의 평상심을 유지해 주고, 공원에서 매일 걷는 1만 보의 걸음이 나의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 무엇을 원한다면 매일 하는 기도처럼, 산책처럼 부담 없이 매일 하다 보면 당신은 어느새 그토록 바라던 수준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지 모른다.

최경규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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