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보따리] '친정 나들이' 外

◆친정 나들이(신순임 지음/ 조선문학사 펴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신순임 시인의 시집. 저자는 양동마을의 무첨당 안주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고향마을인 '중들'을 살펴보고 감상을 기록했다. 고향마을의 안과 밖을 속속들이 알고 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불훤재 종택 안분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들에는 주변 문화재와 인물들, 세시풍속, 미풍양속 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시인은 고향에서 마주한 봄날의 풍경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집은 '뿌리', '선비마을 중들에서', '황혼의 지게' 등 8부로 나뉘어 전개된다. 어머니에 대한 애절하고 눈물겨운 사랑도 있는가 하면, 명문가의 범절을 이어온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도 담겼다. 첫 시집을 낸 저자에게 "시건방지게 니가 시를 짓느냐"하던 아버지는 곧 앉은 자리에서 딸의 시를 소리 내서 읽었다고 한다. 164쪽. 1만2천원.

◆나는 왼쪽에서 비롯되었다(김재덕 지음/ 곰곰나루 펴냄)

대구에서 나고 자라면서 문학과 더불어 살았고, 쉰 가까운 나이에 시인이 된 김재덕 시인의 첫 시집이다. 모두 58편의 시들이 '왼쪽의 곁', '어떤 평화', '왼쪽의 힘', '새로운 자유' 등 4부에 걸쳐 수록됐다. 저자는 개인의 삶 이면과 사회 현상의 표면에 관계되는 의미를 균형적인 감각으로 읽어내고 있다.

'나는 왼쪽에서 비롯되었다'는 시인의 지나간 시간 속에 깊게 박힌 기억을 성찰하고 재해석하는 과정들의 총체다. 이미 풍화된 옛 기억을 더듬는 시인은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도달하기도 한다. 도무지 아물 것 같지 않던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화해와 용서의 지평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순간의 의미는 기억하는 존재에 달린 법이다. 143쪽. 9천600원

◆베프콘을 위하여(박규연 글·김이조 그림/ 밝은미래 펴냄)

요즘 진성이의 최고 관심사는 베프콘이다. 베프콘 아이스크림 뚜껑에 붙어 있는 행운 딱지를 긁어서 당첨이 되면 '꿈의 페스티벌'에 갈 수 있기 때문. 그런데 베프콘을 먹어도 먹어도 꽝만 나온다. 진성이의 친구들인 명후, 지민이, 준이도 모두 저마다의 고민을 앓고 있다. 네 친구의 문제가 서로 얽히고설키게 되고, 진성이는 모두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베프콘을 위하여'는 100번째 어린이날을 두고 제4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방정환의 동화 '동무를 위하여'를 새롭게 풀어낸 이야기로, 인물을 주체화하여 오늘날 동화가 나가야 할 길을 예리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힘들 때 힘이 되는 친구,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내는 친구,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친구, 흔들릴 때도 있지만 회복되는 친구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인 박규연 작가는 지난해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8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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