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구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청년 정치인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각 정당별 공천 잡음과 일부 후보들이 연루된 각종 구설로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가운데서도 지역을 바꾸겠다며 기초의회 선거에 나선 1020 청년 후보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청년 정치인에게 현실 정치는 생각보다 '냉혹'하다. 공천 경쟁 등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높다. 아쉽게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청년들은 이마저도 성장 과정의 하나로 생각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이들의 기초의회 선거 도전기를 들었다.
◆강동엽(18) 전 더불어민주당 달성(라) 예비후보
2003년 9월생. 올해 만 18세,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신입생이다. 지난달 고향인 다사, 하빈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화제를 모았다.
전국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10대 출마자는 3명.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맞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가능해졌다.
그의 주변에는 기초의회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도대체 무슨 선거에 나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중에는 왜 하필 민주당을 지지하냐는 질타도 포함됐다. 강 전 후보는 "중학교 1학년이던 2016년 총선 당시에 민주당의 정치 철학에 공감했다"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정당으로서 보수정당과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은 '정치 효능감'이라고 짚었다.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조례로 변화를 체감하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살아온 고향에서 출마를 결심한 것도 비례가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는 "다양한 세대가 의정활동에 참여하면 그 목소리가 모여 보편적이고 좋은 조례가 나올 수 있다"며 "주민들과 밀접한 곳에서 가까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이 보장된 정치를 추구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대남'이란 표현으로 대표되는 젠더 갈등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 능동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정당 이념으로 이분화된 현상이라고 짚었다.
강 전 후보는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는 젠더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자신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공유하는 게 문제"라며 "이로 인해 너무 편협한 사고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강 전 후보는 지난달 29일 아쉽게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시작, 과정이라고 했다. 그가 만든 지역 밀착형 공약은 다른 후보들에 의해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위원회 활동이 부족했다. 얼굴 알리는 기회가 적었다"며 "지역위원회 활동은 물론 당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활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치우(29) 전 국민의힘 남구(나) 예비후보
집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못 가는 날이 많았다. 등본을 떼면 4장이 나올 정도로 이사를 자주 다녔다. 6살 때부터 매일 밖에서 일하던 부모님 대신 밥을 지어 동생을 챙겨야 했다. '힘든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대구에서 커피 사업을 하는 이치우 전 예비후보가 정치에 발을 디딘 이유다.
어려운 형편 탓에 그는 일찍 사회에 뛰어들었다. 많은 빚을 않고 창업을 시작했던 스물세 살, 창업을 배우기 위해 주위에 도움을 받고자 열심히 뛰어다녔던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는 자연스레 지역에서 기반을 닦는 청년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업이 안정된 2년 후 이 전 후보는 본격적으로 '지역의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스물다섯 살에 첫 국민의 힘 당적을 가진 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목소리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지방에서는 청년을 위한 정책발굴을 하는 단체나 정책을 토론할 기회가 잘 없다. 대구 광역·기초의원들이 합심해 청년을 위한 정책을 같이 고민해보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후보는 최근까지 선거구인 대명1·3·4·10동을 직접 발로 뛰며 주민과 인사를 나눴다. 청년들이 자주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과감히 포기했다.
주민들은 "젊은 사람이 나와서 좋다" "아직 너무 어리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내비치지만 이는 청년이 평소 시민들과의 소통이 없어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직접 발로 뛰며 지역민과 소통창구를 넓히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5일 아쉽게도 이치우 전 후보는 공천 심사에 탈락했다. 그는 도전을 잠시 멈춰야하지만 지역 청년과 사회적 약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청년세대의 문제를 기성정치에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변하면서 고민을 같이 해쳐나갈 수 있도록 명확한 어젠다를 제시하고, 전문성과 실력을 더 겸비한 청년이 되겠다"며 "지방의 청년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 임아현(26) 정의당 동구(다) 예비후보
초등학교를 다녔을 무렵엔 오후 9시나 10시가 돼야 집으로 들어오는 부모에게 속상했다. 부모 손을 타는 나이였던 탓에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의 다친 검지손가락 손톱이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다는 걸 눈으로 느꼈다. 아버지의 몸이 성한 곳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학습지 교사로 특수고용직에 있던 어머니도 건당 수업료에 의존하며 벌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신천 1‧2‧3‧4동, 효목 1‧2동 동구 다 선거구에 나선 임 후보는 자신의 인생에 '노동'이 깊은 곳에 기저로 깔렸던 시점이 이때부터라고 했다. 산업재해로부터 안전망이 없고,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은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싶었다. 이에 만 19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노동을 핵심 의제로 설정한 정의당에 입당하게 됐다. 노동의 문제를 안고 사는 정의당이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사회에 즐비한 노동 문제를 개선하자'는 지향점이 같았기에 당에 대한 애착심도 금세 커졌다. 당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현재 청년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에 입당하는 청년들과 기성세대 당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매개체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이다. 매일 아침 신천네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출근 인사에 한창이다. 유세 현장을 찾지 않을 땐 지역 현안 사업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임 후보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구의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영남대 재학 시절 자취했던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효목2동에서 지냈던 그는 주민들로부터 받았던 보살핌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임 후보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마실을 다녀올 때면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구의원이 되면 어릴 적 받았던 사랑만큼 되돌려드리고 싶다"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잘 정리해서 구청에 조목조목 전달하고, 의견이 있다면 거침없이 전달하는 구의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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