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과 2월은 연극인들에게 '비수기'라 불리는 시즌이다. 대부분의 공연이 연말까지 진행되고, 일정 기간 휴식을 가진 후 대개 3월부터 대구연극제나 각 극단에 예정된 공연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도 어김없이 '비수기'는 찾아왔고, 아침잠이 많고 밤잠이 없는 이른바 '올빼미형' 인간이었던 나는 밤을 새우고 아침에 잠드는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작년 한 해 동안 많이 바쁘고 힘들었으니 조금 게을러도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나의 일상은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며칠을 베짱이처럼 지내던 어느 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살이 쪄서 턱과 목의 경계선은 사라져 버렸고, 눈은 생기가 하나도 없어 꼭 말라비틀어진 생선 같았다. 그런 내 모습이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졌고,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져 보았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택배 물류센터 새벽 분류 일을 찾아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내가 밤새 핸드폰 보다가 겨우 잠자리에 들던 그 시간에 차가운 겨울의 새벽을 땀으로 여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투잡(Two Job)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라며 틈만 나면 게으른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려 했던 나에게 그들은 큰 자극이 되었다.
나의 일상은 조금씩 변해갔다. 근무 시작이 새벽 5시 15분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4시에는 기상을 해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근무가 없는 날조차 그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영하 8~9도의 차가운 겨울 새벽에 겹겹이 옷을 껴입고 땀을 흠뻑 흘리며 일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침대 위에 누워서 책을 보는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니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자존감이 낮고 주변을 보는 시선이 부정적이었던 과거의 나는 사라져갔다. 조그만 일에도 웃음이 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전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땀을 흘리며 하루를 시작했을 뿐인데, 내 삶이 바뀐 모습을 보고있자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이 생활이 너무 좋아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추천을 했다. 요즘도 나는 오전 일정이 겹치지 않는 날은 그곳으로 간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5명의 친구들이 나와 함께 새벽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이 5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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