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후반기 법사위원장도 고수하겠다는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법제사법위원장을 자신들 몫으로 묶어 두려 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직 원 구성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는다는 건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후반기 원 구성 협의는 후반기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양당 원내대표는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11대 7로 재배분하고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박 원내대표의 말은 이를 깨겠다는 것이다.

2004년 17대 국회 때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에서 180석의 거여(巨與)가 되자 일방적으로 관행을 깨고 법사위를 포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 이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하반기에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법사위원장을 못 주겠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협상 당시 국민의힘은 정부와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야당이 되는 만큼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온당하다는 소리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합의한 뒤 파기한 것도 이유로 들었다. 국민의힘이 약속을 위반했으니 민주당도 약속을 깨겠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두 합의는 전혀 별개의 사안 아닌가.

민주당이 이러는 데는 꿍꿍이가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검수완박 후속 입법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려면 법사위원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계획대로라면 연내 중대범죄수사청법을 제정해 검찰에 남겨둔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완전 이관시켜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해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 상정은 불가능한데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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