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최고의 효도랍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106세의 노모를 홀로 돌보고 있는 김우창(75)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지난 6일 열린 대구시 제50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효행 유공 표창 수상자로 선정돼 '대구시장 표창'을 받았다. 5명의 수상자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자 최고령 수상자다.
효행 유공 표창은 대구시가 각 구·군으로 추천자 공문을 보내면 동장, 부녀회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난 자녀들이 후보에 오르게 된다. 최종 수상자는 현장 조사와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해 가려진다.
김 씨 역시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효자다. 칠 남매 중 장남인 그는 지난 27년간 어머니를 봉양했다. 199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게 된 어머니를 망설임 없이 집으로 모셨다.
유통업에 종사하며 먹고살기 바빠 결혼 시기를 놓쳐버렸던 터라 어머니와 살림을 합치기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초반에는 일을 하며 20분 거리가 떨어진 어머니 집을 매일 방문하며 돌봤는데 세심한 돌봄이 어렵게 됐다"며 "어려운 시기에도 칠 남매를 열심히 키워준 어머니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모셔왔다"고 회상했다.
당시 여든 살에 가까웠던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라는 친척들의 성화도 잦았다. 하지만 김 씨는 귀를 닫았다. 주위에 요양원 입원 뒤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어르신을 많이 봐 온 탓이었다. 김 씨는 자신이 고생해도 절대 요양원에는 보내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웠다.
취재진과 만남에서 그는 어머니의 하루 일과를 막힘없이 나열했다. 어머니의 나이가 더 들수록 김 씨는 유통업을 그만두고 생활패턴을 온전히 어머니에게 맞췄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7시쯤 아침 식사를 하는 어머니를 위해 김 씨는 새벽부터 아침밥을 짓고, 점심으로는 빵과 우유를 즐기는 어머니의 취향에 따라 오전 11시 30분쯤 요깃거리를 준비한다. 인스턴트는 입에도 대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된장찌개, 장조림 등 어떤 요리도 쉽게 한다는 그는 스스로 '프로 요리사'라며 자부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시간대별로 드시는 음식과 간식이 정해져 있어 놓치지 않고 다 챙겨드리려 애쓰고 있다. 장 건강을 위해 유제품도 알뜰히 챙긴다"며 "아무래도 어머니가 나이가 많다 보니 혹시나 집에 홀로 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될까 봐 두려워하신다. 어머니가 불안하지 않도록 나 역시 외출을 삼가고 어머니와 온종일 붙어 있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 '효(孝)'의 의미에 대해 묻자 김 씨는 '참을성과 기다림'이라고 답했다. 간혹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도 있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잘 모시는 방법'을 물어보는 이웃 주민에게도 김 씨는 "그저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하라"고 답한다.
그는 "노인은 호기심이 많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들어주고 대답을 잘해주면 그걸로 끝이다. 늦은 행동과 말을 기다려주며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게 자식의 도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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