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 살리기의 첫걸음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주호영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지역 8개 구·군에 대한 지방선거 후보 및 경선 대상자를 발표한 뒤 공천배제된 예비후보 측 지지자들이 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주호영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지역 8개 구·군에 대한 지방선거 후보 및 경선 대상자를 발표한 뒤 공천배제된 예비후보 측 지지자들이 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구 경북본사장
김병구 경북본사장

고향 고령에 개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동네 뒷산이 연분홍빛 물결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인근 합천 황매산도 절정이다. 2주쯤 뒤에는 영주 소백산이 개꽃과 꽃구경 인파로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까지는 참꽃 무리가 고향 뒷산을 뒤덮었다.

어릴 적 할머니는 참꽃으로 꽃전을 해 주거나 술을 담그기도 하셨다. 개꽃은 참꽃과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지만, 독이 있어 못 먹는 꽃이라고 늘 주의를 당부하셨다.

학창 시절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를 배우면서 진달래는 멀리 북한의 영변이라는 곳에서만 나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여겼다.

동네 뒷산에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천지였다. 하지만, 진달래는 북한에서만 나고 철쭉은 도대체 어떤 꽃인지 궁금해하기만 했다.

경상도 사투리인 참꽃이 진달래, 개꽃이 철쭉이라는 상식은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정구지(부추), 멀구(머루), 머구(머위), 고디(다슬기), 메르치(멸치) 등등. 지방의 정겨운 사투리가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놀이 문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선풍을 일으키면서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했던 오징어 가생(오징어 놀이), 딱지치기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을 뿐이다.

마때치기(자치기), 구슬치기, 돌치기(비석치기), 연날리기, 달불놀이, 차전놀이 등 야외 공동체 놀이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 민속백과사전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시골, 도시 할 것 없이 청소년들은 이제 이런 놀이 문화를 즐기기는커녕 알지도 못할 지경이다. 대신 게임 중독에 빠지거나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몰입하고 있다.

사투리와 놀이 문화 등이 잊히면서 지방 문화가 완전히 소멸할 판이다. 지방의 젊은 층 인구 유출과 소멸하는 지방 문화는 악순환의 고리다. 여기에다 경제는 물론 교육, 의료 등 주거 환경까지 피폐해지면서 지방 자체가 소멸 직전이다.

신음하는 지방을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못지않게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지방의 현안에만 집중해 지방 살리기를 이끌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1일은 지방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일.

지방선거 후보들은 오롯이 지방의 경제와 문화를 살리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모든 걸 바쳐야 한다. 유권자들도 그런 후보를 선택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주민들보다 공천을 주는 중앙당이나 국회의원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는 정당이나 공천권자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주민만 섬기도록 할 제도적 여건이 갖춰져야 지방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다. 주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천권자 눈치만 보는 후보가 진정한 지방 일꾼이 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지방 살리기의 선결 요건이다. 정당 공천은 광역단체장(의원)과 국회의원으로만 족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거대 양당 정치권이 결단에 나서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시대 흐름에 맞춰 대승적 결단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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