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정하라, 잊으라, 버티라"…탁현민, 尹정부 의전비서관에 조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탁현민 의전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탁현민 의전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윤석열 정부의 의전비서관을 향해 "애정 하라, 젊은이에게 배우라, 잊으라, 버티라"고 조언했다.

탁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임 의전비서관, 행사기획비서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올리고 그동안 의전비서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네 가지 조언을 남겼다.

탁 비서관은 "미국은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다"라면서 "'결단의 책상'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이임 대통령이 편지를 두고 떠나고, 새 대통령은 그 편지를 읽는 것으로 집무를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비서관이 새로 자리를 맡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두고 가는 전통을 만들고 싶었다"며 "그러나 청와대의 역사가 단절되면서 그렇게 하기 어려워져 몇 가지 얘기를 두고 떠나려 한다. 다만 내가 했던 경험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방법'이 아니라 '이야기'로 들어주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탁 비서관은 우선 "애정을 가지시라"면서 "가까이 모시는 대통령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건너편의 사람들까지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용과 흐름보다 중요한 것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다. 그것을 만들고 찾아내는 것이 의전·행사비서관의 일"이라면서 "당신이 하려는 모든 일들을 애정하고 그 주인공들을 사랑하고 그 자리에 참석하는 대통령을 사랑하면 연출의 디테일이 부족한 것은 사소한 문제일 뿐, 모두 적잖은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탁 비서관은 또 "나보다 젊고, 어린 사람에게 배우시라"고 조언하면서 "내가 아는, 내가 시도한 모든 참신한 것들은 저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웠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이나 나보다 윗세대에게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분들에게 배울 것은 다른 것"이라며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조금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보다 어리고 예의 없고 삐딱한 사람과 함께 일하시라.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탁 비서관은 "잊어버리시라"면서 "대통령 재임 기간 1천800개가량의 행사를 치러야 한다. 때론 실패도 경험하게 된다. 이번에 잘못했으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 당신에게는 최소한 같은 행사가 5번이 돌아온다. 나아지도록 노력하면 반드시 나아진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조언으로 "버티시라, 그리고 고집을 부리시라"면서 "대통령 행사에는 민원이 없을 리 없다. 애초의 기획의도, 연출의도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민원을) 끝내 수용하게 되면 그때 잠시는 고맙다는 말을 들을지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탁 비서관은 "모쪼록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좋았다, 재미있다, 뿌듯하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모두를 설득하고, 모두를 이해시키거나 감동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또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탈출 버튼을 늘 옆에 두시라. 건투를 빈다"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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