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기 위해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 출마한 정치인의 원조 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경기도 성남이 정치적 기반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DJ의 정치 역정이 소환됐다. DJ는 1954년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첫 출마했으나 낙선하자 지역구를 '집도 절도 없는' 강원도 인제로 옮겨 1958, 59, 60년 세 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다섯 번째인 61년 인제 보선에서 마침내 당선의 영광을 맛봤다. 물론 당시 DJ는 무명의 정치 청년이었다. 요즘이라면 지난 총선 때 전남 순천에서 출마한 대구 출신 천하람 변호사와 같은 처지였다.
"연고가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이자 도리"라는 경기 분당갑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역구에 출마하는 정치인의 연고는 출마 명분의 기본 중 기본이다.
대선 패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 전 경기지사가 경기도 내에서 그것도 자신이 살고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한 대장동이 있는 성남시 분당갑 보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분당갑에서 국민의힘 안 위원장과 맞대결할 경우 당선되기가 어렵다는 냉정한 판단 때문이다.
한마디로 목포에서 출마한 DJ가 느닷없이 당선되기 쉽다는 이유로 강원도 인제에 출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뜬금없는 출마다. 당장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에 따른 국고 손실 혐의' 등에 대한 경찰수사가 속도를 냄에 따라 불체포 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방탄복이 급한 모양이다.
DJ는 경상도 출신 교수를 전라도에 내리꽂는 뜬금없는 공천을 시도한 적도 있다. 1990년 전남 영광-함평 보선에 DJ는 '동서 화합'을 명분으로 이수인 영남대 교수를 평민당 후보로 내리꽂았다. 경북 칠곡이 고향인 이 교수는 무려 75.3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전 지사가 자신의 정치 기반인 성남 분당갑 보선을 외면하고 인천 계양을 보선에 출마한 것은 아무런 정치적 명분 없이 당선만을 염두에 두고 경기도를 버린, 대선 후보답지 않은 이기적인 출마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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