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 머물고 있는 브람스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브람스는 급히 어머니가 계시는 함부르크로 달려갔다. 고향집에 도착한 그를 맞이한 것은 싸늘한 어머니의 주검이었다. 브람스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항상 브람스 편에 서서 따스한 마음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사랑으로 감싸주었다.
장례를 치른 후 빈으로 돌아왔지만 형언하기 힘든 깊은 시름에 빠졌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텅 빈 마음을 추스를 길이 없었다. 젊은 시절 존경하던 슈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충격을 받아 써놓은 레퀴엠을 꺼내었다. 악보를 수정하고 보충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오선 위에 한 음씩 써내려갔다.
드디어 곡이 완성되었다. 1868년 4월 10일, 브레멘에서 자신의 지휘로 '독일레퀴엠'을 무대에 올렸다. 객석에는 브람스의 아버지와 클라라, 막스 브루흐 등 2천500여 명의 청중이 함께 했다. 이 곡의 이름을 '독일레퀴엠'이라 부르는 것은 이전까지 미사에서 레퀴엠을 라틴어로 불렀지만 자국어인 독일어 가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루터파 방식을 채택하여 미사전례용이 아닌 연주용 레퀴엠으로 작곡했다.
초연에는 여섯 개 악장으로 구성했다. 제1곡은 지속음 위에 현 파트가 어두운 선율을 타고 정적을 깨며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의 복음서 구절을 합창으로 시작한다. 이어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둘 것이요"의 시편 구절이 뒤따른다. 제2곡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는 엄숙하고 비통한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한 후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을지어다"는 시온의 영원한 기쁨을 노래한다.
제3곡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어떠함을 알게 하사"는 바리톤 독창에 이어 합창이 삶에 대한 회의와 인간의 고뇌를 노래한다. 후반부의 "올바른 영혼은 주의 손 안에 있어 고통 받지 않으리"는 푸가기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4곡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요"는 천국의 평안을 묘사한다. 제5곡 "우리가 영원히 머물 도성은 없고"는 바리톤 독창과 합창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영원한 평안을 대푸가로 장식한다. 제6곡은 요한계시록에서 취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를 장중하게 울리다가 마지막에는 차분하게 전체의 곡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첫 연주를 마친 후 브람스는 무엇인가 부족한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곡에 더 투영하고 싶었다. 소프라노 독창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를 넣어 다섯 번째 악장으로 첨가했다. 모두 일곱 악장으로 구성해 이듬해 2월 18일, 라히프찌히에서 카를 라이네케의 지휘로 무대에 올렸다. 이후 10년 동안 독일어권에서만 100회 이상 연주했다.
나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는 이 곡이 지니는 음악적 충격이었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지만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를 이 곡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곡을 듣는 내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눈물이 온통 얼굴을 적셨다. 브람스의 말대로 이 곡은 '독일레퀴엠'을 넘어 '세계인의 레퀴엠'으로 이 땅을 떠난 모든 어머니에게 바쳐지는 게 옳을 것이다.
대구시합창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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