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수법이 이렇게까지 진화하는데 나이든 사람들이 어떻게 안 당하겠습니까?"
위·변조한 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대방을 속이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령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경찰과 은행권은 철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달 2천만원대의 보이스피싱을 당한 A(62)씨는 수면제를 먹고도 밤잠을 못 이룬다고 호소했다. 전화 상대방은 주거래고객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상품을 저금리,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을 소개했다. 제2금융권에서 1억원대 빚을 지고 있던 A씨는 구미가 당겼지만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전화를 끊었다.
A씨는 "전화를 끊고 114에 카카오뱅크 대표번호를 문의했더니 걸려온 번호와 똑같았다"며 "같은 번호로 다시 연락이 와 '070이나 010 번호는 보이스피싱일 수 있지만 은행 대표번호를 믿어도 된다'고 해 마음을 놨다"고 설명했다.
이후 보이스피싱범은 A씨에게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액 중 일부를 먼저 상환해야 된다며 2천200만원을 가로챈 후 연락을 끊었다. 가뜩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가 자식들의 적금과 자신 명의의 마이너스통장까지 활용해 마련한 금액이었다.
보통은 보이스피싱에 쓰이는 해킹앱을 설치하게 만들어 전화번호를 위장하지만 A씨는 그런 앱을 설치한 적조차 없었다. 앞서 경찰은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이동형 중계기를 운영하는 조직원 18명을 적발했다. 일부 통신사가 본인확인 절차를 건너뛴 채 발신번호를 바꿔주는 경우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A씨는 "괴로운 마음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다가 더 이상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연을 알린다"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교묘한 방식에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도 대환대출을 권유하는 전화나 문자는 전혀 하지 않는다며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관련 문자나 전화를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 요원도 두고 있으며, 최근부터는 변조된 번호가 발견될 경우 이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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