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석열 정부 출범, 국내외 위기 속 혜안과 용기·절제 발휘를

윤석열 정부가 10일 출범했다.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정권 초기 '허니문'은커녕 여야 간 반목과 충돌만 난무한다.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 과정을 볼 때 '반쪽 내각' 출범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0.73%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게다가 상대는 거대 야당이다. 타협과 숙의정치를 이끌어내는 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 통합과 여야 간 타협 없이는 외부의 어떤 도전에도 제대로 응전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유가가 7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줄곧 2%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역시 지난해 10월 3%대 상승률을 보이더니 올해 3월 4.1%, 4월에는 4.8%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영끌 투자'로 빚더미에 앉아 있는 20, 30대와 저소득층이 붕괴하는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15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주변국과 관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단히 나빠졌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 '외교적 고립' 위험을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원칙에 입각한 당당하고 일관성 있는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념이나 환상에 젖어 주권을 포기하거나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은 사활을 건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반도체 등 과학기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새 정부의 통찰력과 혜안이 절실하다. 윤 정부는 실용을 강조하는 만큼 원자력산업 등을 본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아울러 AI,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융복합 신산업과 신기술에 대한 규제도 적극적으로 풀어 국제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서는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강화가 필수적이다. 수도권 중심의 기형적 발전은 지방과 수도권 공멸을 부를 뿐이다. 좁은 국토를 넓게 쓰는 지혜와 용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역대 어느 정부나 '국민 통합'을 외쳤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협력,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 정부는 전임 정부들의 실패와 악의적 갈라치기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책과 의제에서는 탕평을, 전임 정부 관련자들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하되 직권남용죄와 같은 '걸면 걸리는 죄' 적용을 자제, 복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대한민국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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