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휴가를 보내준다면

안윤하 시인

안윤하 시인
안윤하 시인

종이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손녀와 연을 날리며 놀았다.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독수리 연을 띄우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 바람을 일으켰다. 아들이 용케도 연을 하늘 높이 날려 아이들과 손뼉 치며 묵은 체증을 날려 보냈다. 사진을 찍던 며느리와 아들이 티격태격 장난치다가 "어머니! 이이가 나를 괴롭혀요!"하고 일러준다. "그래! 게 섰거라!"하고 뛰었다. 2년 동안 자주 만나지 못하다가 코로나 방역 정책이 해제되어 우리는 따뜻하고 맑은 봄 하늘을 크게 숨 쉬며 날아올랐다.

어버이에 관한 시는 수없이 많다. 그중 아동문학가 정채봉의 작품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소개한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중략)/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그리고 한 번만이라도/엄마!/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엉엉 울겠다."

엄마는 말 못 할 억울한 일을 일러바칠 유일한 내 편일 것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삶의 굽이굽이 마다 나를 지탱해주었던 어버이의 의미를 짚어 본다. 우리는 길 잃고 헤매다가 아버지께 업혀 아픈 다리를 쉬던 등을 기억한다. 우리가 느낀 가장 넓은 세상이었지요. 그리고 세상살이의 절벽 끝에서 얼굴을 묻고 엉엉 울 수 있는 엄마의 젖가슴을 그리워한다. 부모님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우리는 누구나 자식이고 누구나 부모다. 하지만 40대의 부모와 70대의 부모는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의미가 사뭇 다를 것이다. 현재 60대의 부모님들은 의식주 해결을 위해 부족한 식량을 자식들에게 나눠 먹이고, 정작 당신들은 굶기 일쑤였고 배부른 척하곤 했다. 그리고 40~50대의 부모들은 '굶더라도 공부는 시켜야 한다'는 기조로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부모의 인생 전체를 투자했다. 그래서 고학력의 인적자원으로 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했을 것이다. 자식들의 기억 속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성장을 위해 희생한 부모의 애틋하고 감사한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공부하여 오늘 매일춘추를 쓸 수 있음에 돌아가신 엄마께 감사한다. 하늘 높이 오른 독수리 연을 보며 그 연의 배경인 하늘을 눈 시리게 바라본다. 빈곤은 극복되고, 의무 교육제도가 정착되고, 인권이 강조되고 개인의 존엄이 최우선시되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변화되었다. 그에 따라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변화되어 서구화되고 있다.

동대구역을 떠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손을 흔들며 생각한다. 나의 부모님은 내게 정신적 휴식처이리라. 나의 자식이자 손녀들의 부모에게 육아 휴식을 위해 휴가를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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