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모스크바에 입점한 미국의 맥도날드가 최근 우크라이나 침범으로 인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탈세계화(deglobalization)로 급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이다.
짧게는 지난 30년, 길게는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의 정치·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계화였다. 21세기 초 '골디락스 시대'의 기반이 됐던 세계화 패러다임은 시장의 개방과 자유무역 및 국제분업으로 세계 경제에 성장과 풍요를 가져왔다. 글로벌 공급망에 의한 국제적 분업과 협업은 세계 소비자들이 더 싸고 좋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동안 국가·개인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원의 고갈과 환경 파괴를 불러온다는 비난에도 지속됐던 세계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주의(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쇠퇴 기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각국이 장벽을 낮추고 사람·돈·기술 등이 자유롭게 이동해 세계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세계화라면, 탈세계화는 각국이 장벽을 높여서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에 의해 세계 시장이 쪼개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탈세계화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먼저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인해 중·러가 주도하는 경제권과 미국 등 서방세계가 주도하는 경제권으로 냉전시대와 같은 경제 블록으로 회귀하면서, 무역과 투자가 위축돼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흐름이 막히면서 거래 비용이 증가해 가격이 상승한다. 일부 국가들이 특정 상품이나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진다. 이미 러시아 제재 이후 국제 유가나 구리와 니켈 같은 주요 원자재 및 식용유나 밀가루 가격까지 급등했다.
그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한국은 경제의 대외의존도(GDP 대비 수출입 비율)가 70%를 상회하고 있어서 이제 역으로 탈세계화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는 탈세계화의 역풍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동안 기업들은 원자재·중간재 생산과 완제품 가공·조립 등 생산을 여러 국가에 분산시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만을 노려왔지만 이제는 안전성과 생존을 우선시하는 중복성(redundancy)을 고려해야 한다. 중복성은 제조 설비나 전산 시스템을 백업용으로 하나 더 갖춰 놓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도 필수적인 원자재나 물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가능한 한 국내에 생산 시설을 만들거나 공급처를 복수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출 시장 다변화와 더불어 수출 기업의 기술 개발로 대체 불가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선순환 구조를 통한 수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내수 시장을 더 키워야 하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나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입처 다변화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틈바구니에 껴 있는 우리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과 결정을 통해 특정국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탈세계화의 거센 파도를 어떻게 잘 헤쳐 나갈 것인가에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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