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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대구 세계가스총회 성패, 시민 관심도에 달렸다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대구에서 열리는 '2022 세계가스총회'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3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세계가스총회는 세계에너지총회, 세계석유총회와 함께 글로벌 3대 에너지 컨벤션으로 불린다.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세계가스총회 개최로 인한 전체적인 생산유발효과는 4천832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천84억원, 취업유발효과 4천451명에 이른다. 총회에는 '귀하신 몸'인 글로벌 에너지 기업 수장들이 전용기를 타고 오고, 세계 90개국의 정부 인사와 금융·투자 전문가들도 참석해 에너지업계 동향을 논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암울한 국제 정세도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 또한 러시아산 우라늄 금수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미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업계 인사들은 가스총회가 열리는 대구 엑스코를 시장으로 삼아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논하는 5일장을 연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얘기하는 유명 스피커들의 입에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열릴 예정이었던 가스총회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만큼 준비시간을 벌었다. 전시공간은 엑스코 신관(동관)이 개관 이후 1년간 워밍업을 하면서 준비를 마쳤고, 턱없이 부족해 보였던 숙박시설 또한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했고, 인근 도시와 연계로 '영끌'하면서 구색을 갖췄다.

문제는 시민 관심도다. '가스산업 올림픽'이란 수식어와는 달리, 세계가스총회에 대한 시민 관심도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대구시가 시민이 즐기는 가스총회를 만들기 위해 각종 전시회나 공연 등을 준비하며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대구가 유치했던 굵직한 국제행사와 비교하면 시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빈도가 현저히 낮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가스총회에는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도 없고,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인도 없다. B2B 성격이 강한 에너지업계 특성상 일반 시민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부터는 시민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세계가스총회에서 아무리 중요한 에너지업계 동향이 논의되고 기업 간 네트워킹이 이뤄지더라도, 시민 참여 없는 행사는 '그들만의 리그'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마이스산업계의 주요 화두로 꼽히는 것이 '비즈니스 이벤트 레거시'다.

이는 '사회 전반에 국제회의 개최 이후 남는 긍정적이고 중장기적인 기여'로 해석할 수 있다.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보다도 행사가 끝나고 난 뒤 후속 사업을 발굴하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지역 특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구 세계가스총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후속 효과를 창출하는 레거시(유산)를 남기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입에 행사 이모저모가 계속해서 오르내리도록 해야 한다.

가스총회 조직위와 대구시, 언론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에너지 이슈를 최대한 쉽게 풀어내고 이것이 시민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달해야 한다. 27일 행사가 종료된 뒤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이 가스총회 관련 얘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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