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 자유 35번 언급…"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공식 취임
反지성주의, 민주주의 큰 위기에 빠뜨려…빠른 성장, 과학·기술·혁신으로만 가능
북핵 평화적 해결, 대화 문 열어놓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0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린 취임식엔 국내외 귀빈과 국회와 정부 관계자, 각계 대표, 초청받은 일반 국민 등 4만1천명이 참석해 5년 임기의 첫발을 내딛는 윤 대통령을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최다인 35번이나 언급하며 자유의 가치를 특별히 강조했다. 자유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단어가 시민과 국민 각 15번, 세계 13번, 평화 12번, 국제 9번, 민주주의와 위기 각 8번, 연대 6번 등일 정도로 자유에 대한 언급이 단연 돋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취임사를 시작했다.

이후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와 난제 등을 언급하며 그 해결책으로 자유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 위기, 기후 변화, 식량·에너지 위기,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등 각종 현안을 거론한 뒤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그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반(反)지성주의'를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가유의 가치를 언급하며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자유"라며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는데,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5년 간의 국정 방향과 비전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우리나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한 뒤 도약과 빠른 성장을 해법으로 내놨다.

윤 대통령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며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을 찾은 시민들이 생방송 TV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을 찾은 시민들이 생방송 TV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이날 윤 대통령의 취임사 전체 분량은 3천400자 안팎으로, 문민정부(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가장 짧지만 단순 명료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대통령 중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사는 8천여자, 박근혜 전 대통령 5천여자, 노태우 전 대통령 6천여자, 김영삼 전 대통령 4천여자, 김대중 전 대통령 7천여자, 노무현 전 대통령 5천여자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역시 3천여자로 짧았지만 탄핵 국면에서 취임식이 약식으로 진행돼 단순 비교하기가 어렵다.

이날 연설 시간도 16분으로, 문 전 대통령(11분)을 제외하고 전임 대통령들의 20~27분에 비해 짧았다. 윤 대통령이 애초 30분 분량으로 작성된 초안을 간결하게 고치면서 시간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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