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진짜 가족, 선택으로 완성된다

빛보다 빠른 꼬부기(이병승/ 살림어린이/ 2010)

시와 동시, 동화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병승 작가의 장편동화 '빛보다 빠른 꼬부기'는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에서 동화 부문에 당선된 작품이다. 나무늘보보다 동작이 더 느린 천둥이의 별명은 꼬부기다. '빨리'를 외쳐도 소용없다. 아빠는 시간을 정복해야 성공한다며 활동하는데 제한된 시간을 주고 따르지 않으면 용돈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한다. 학교 선생님도 꼬부기를 이어달리기 대표선수로 내보내면 연습할 테고 그러면 행동이 빨라지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시계가 느리게 가는 건 건전지가 다했기 때문이고, 키가 안 크는 건 칼슘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뚱뚱한 앤 너무 먹어서이고, 꼴찌 하는 애는 공부를 안 해서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행동이 느린 것도 원인을 찾으면 해결된다"(39쪽)며 미루가 나선다. 전쟁에서 장군들이 싸워 이기면 나라를 구하지만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으니까 영웅일까.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차를 타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미루는 천둥이가 그야말로 고민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고 두고 볼 수 없는 그녀는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면 모든 행동은 저절로 빨라진다며 약수터에서 특별한 훈련을 시킨다. 함께 훈련하면서 미루가 이모 집에 살게 된 연유, 이름의 내력에 대해 알게 된다. 꼬부기도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아버지는 경마선수였던 친아버지의 친구였고 엄마는 혼자 키울 수 없어 꼬부기를 맡기고 돈을 벌면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경고장까지 써 가며 빨리 하길 바란 아빠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면 느려도 괜찮아. 최선을 다했는데도 나무라면 그건 억지다. 말에게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라고 하는 것과 같아. 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152쪽)고, 당당한 꼬부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닦달했음을 밝힌다. 꼬부기는 엄마를 만난 후, 부모 마음에 드는 아이보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에게 가기로 한 날, 아빠도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평소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꼬부기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 아빠를 붙잡는다. "가족이란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진짜 가족은 선택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며.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신록 같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자 한다면 동화 '빛보다 빠른 꼬부기'를 만나보길 권한다.

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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