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선거는 주권자인 유권자가 자신을 대신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주권자로서 권리이자 의무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 온 말이라 진부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선거, 특히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율을 보면 국민들은 이런 말에 전혀 감화되지 않은 것 같다.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0.2%였고, 그보다 4년 전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56.8%였다. 오래전부터 들어 온 말이어서 그럴까.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는 반이 살짝 넘는 사람들만이 행사하고 있었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가 언제나 하는 말이 있다. "지역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치겠다" "전 약속하면 지키는 사람입니다" 등등. 하지만 낯선 지역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치고, 지역의 현안을 잘 모르면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에서는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연장이란 말을 공공연히 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지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요컨대 지방이,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현안이 선거에서 사라지고 있다.
더욱 암울한 것은 연평균 1건 미만의 조례를 발의한 기초의원이 24.3%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Big Hill Analytics가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초의원 중 거의 4분의 1이 한 해 1건 미만의 조례를 발의하고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떠한가. 예전과 유사한 선언이 이어지고, 예전과 같은 투표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예전과 비슷한 의정 활동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2022년 대구시 예산은 10조 원이 넘고, 경북 예산은 11조 원이 훌쩍 넘어간다. 우리 모두의 피땀인 세금으로 걷힌 이 어마어마한 예산이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서 배정되고 집행되는 것이 옳은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후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낙선이다. 후보의 삶은 당선이란 천국 옆에, 낙선이란 지옥이 바로 가까이 있다. 아마도 기초의원들은 누구누구가 재임 기간 동안 한 건도 조례를 발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등이 나서 의원의 의정 활동을 감시해서 유권자에게 알리고, 유권자가 이에 따라 투표하는 것을 후보는 무서워할 것이다.
후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유권자가 의원의 의정 활동과 상관없이 투표하는 것이고, 의원의 의정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Big Hill Analytics가 발표한 최하위 기초의회를 살펴보면, 의원의 조례안 발의 내용은 검색조차 할 수 없었다. 즉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관심, 묻지마 투표이다.
누구나 알듯이 대표자는 바로 옆에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나가다 문득 들러서, 자신의 어려움과 지역의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는 그런 대표자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시도의원, 구·시·군 의원은 비교적 우리 옆에 있는 대표자이다. 여러분의 애환과 여러분 지역의 숙원을 풀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렇듯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는 여러분의 삶에 중요한 선거이다. 부디 이번 지선에는 투표소를 꼭 찾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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