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기량이 너무 떨어졌다."
10년 만에 다시 음악을 맡게 되면서, 4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이젠 관심 없다. 긴장감도 없고 지루하다"며 대구시향을 마음에서 떠나보낸 애호가도 있었다.
이전과 비교할 때, 내부 질서가 흐트러져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감독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단원의 목소리는 강해졌다. 이렇다 보니 '연습을 제대로 안 한다' '코바체프(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기량 향상엔 관심이 없다' 등의 얘기도 꾸준히 나온다.
올들어 잇따른 공연 불참으로 구설에 올랐다. 대구시향은 올해 교향악축제 초청을 받지 못했는데, 지난해 불참한 게 원인이었다. 당시 시향은 전국의 교향악단이 모이는 이 무대에서 개막 공연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공연 3주쯤 전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최근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일환으로 광주 공연 제안을 받았는데 이 또한 불참하기로 했다. 몇몇 이유가 있었지만, '1인 30만 원'의 공연 수당으론 부족하다며 추가 수당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해 국립합창단이 받은 수당은 1인 30만 원,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는 1인 26만 원이었다.
이렇다 보니 대구시향이 공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이면엔 시향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단원의 평균 연령은 50세 정도. 30세 전후 젊은 단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도 스승뻘인 고참 단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단원 의사결정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너무 많이 무너져 지금의 형태로는 변화가 불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중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재단법인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단이 되면 장점도 많지만, 고용승계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누군가는 청춘을 바친 직장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가 본연의 임무인 공연을 회피하는 건 큰 문제다. 대구시향 연간 운영비는 대략 60억 원 규모. 단원은 90명 정도로, 운영비의 90%쯤이 인건비로 쓰인다.
대구시향이 연간 20회 무대에 오른다고 가정하면, 1회 공연에 드는 비용은 3억 원이다. 지난달 대구서 공연한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80여 명)가 받은 개런티는 2억 원이 채 안 된다. 7월 공연하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120여 명) 개런티는 2억 원을 조금 넘는다. 대구시향 운영비가 적은 돈이 아니란 얘기다.
예술이 돈으로 환산 못 할 수많은 가치가 있다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그렇다면 단원들도 직장으로서 처우 개선만 요구할 게 아니라, 자신이 소속한 예술단의 '공익적 가치'에도 주목했으면 한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시향이 시민에게 외면받는 계륵이 돼서야 되겠는가.
누군가 얘기했다. 코바체프가 갓 부임한 2014년 시향 연주가 가장 좋았다고. 엄격하고 까다로웠던 곽승 전 지휘자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단원 기량을 한껏 끌어올려 놓은 상태에서, 코바체프가 부임해 주눅 들지 않고 연주를 즐겼을 테니 그럴 법도 하다.
바꿔 말하면 단원 역량은 충분하다는 말도 된다. 단원들이 지휘자와 뜻을 모아, 다시 시민을 향한 하모니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1년 이상 예술감독과 단원 간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대구시립합창단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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