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트스페이스펄, 김윤섭 개인전 ‘혼란한 날씨(Weather of Madness)’

오는 29일까지

Portfolio Series 지옥 The Hell, 150x212cm, Oil on canvas, 2020.
Portfolio Series 지옥 The Hell, 150x212cm, Oil on canvas, 2020.

포트폴리오는 작가에게 명함과도 같은 것이다. 작가로서의 활동과 작품 세계를 눌러담은 수십장의 종이.

김윤섭 작가는 '포트폴리오 시리즈' 작품을 통해 청년 작가로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의 무게를 보여준다. 5년간 청주, 광주, 부산 등 매년 전국의 창작스튜디오(레지던시)를 옮겨다닌 그에게 포트폴리오는 작가활동의 지표이자 과정인 셈이다.

그는 캔버스가 아닌 종이에 포트폴리오 지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끔한 포트폴리오가 아닌, 수많은 프린트 끝에 작업실 한 켠에 널브러져 이면지로 활용되는 포트폴리오다. 한켠에 적힌 '월요일, 한준희 선생님 만남', '전시참여신청서 8월 5일까지, 가능한 빨리!', '종합소득세' 등에서는 현실이 뚝뚝 묻어난다.

김 작가는 공주대 만화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아트스페이스펄의 신진작가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영프로 1'을 통해 대구에 소개됐고, 이후 ▷유혹의 기술(2011) ▷유목적 상상-삿포로(2012) ▷포인트 투 포인트(2013) ▷냉정과 열정사이(2016) 등 아트스페이스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의 주제인 '마계'(魔界)에 대한 얘기를 풀어왔다.

그의 마계는 한 주제에 몰입해 연구하는 삼매경의 반대를 뜻한다. 그는 질서정연하고 세련된 사회에 적응하지 않는, 산만하고 우울하며 열광적인 혼란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마계의 행보를 이어왔다.

아트스페이스펄이 선보이는 김 작가의 초대개인전 제목 '혼란한 날씨'(Weather of Madness)는 그의 이러한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말이다. 마계의 행보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작품으로 정리하듯 기록한 전시다.

정명주 큐레이터는 "상영 중인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대혼란의 멀티버스'에서 전시 제목을 차용했다.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라는 광고 문구가 마치 그의 마계, 작품의 콘셉트를 잘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늘 고민하고 새로움을 향해 출발하는 작가의 작품 활동들이 담겨있다.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공간에서 불안하고 모호한 미래를 선택한 작가의 다음 행선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전시"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29일까지. 053-651-6958.

Portfolio Series 지옥 detail The Hell, 150x212cm, Oil on canvas, 2020.
Portfolio Series 지옥 detail The Hell, 150x212cm, Oil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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