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한 상가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에 진입하던 차량이 추락해 운전자가 숨진 사고(매일신문 5월 9일 보도)와 관련, '인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당 건물 측이 관리에 소홀했고, 기계식 주차장을 허가한 구청과 교통안전공단도 현장 점검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여성 몰던 차량이 지하 4층 추락, 왜?
지난 7일 오후 6시쯤 북구 관음동 한 상가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에 진입하던 차량이 지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차량에 있던 20대 초반 여성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결국 숨졌다. A씨는 해당 건물에 입주한 가게 직원이었고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당시 이 주차장은 기계 오작동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오후 5시쯤부터 문이 열린 채로 수리 중이었다. 수리업체가 작업을 위해 차량이 탑승하는 파렛트는 옆으로 치워 지하 4층까지 뻥 뚫린 상태였다. A씨는 문이 열린 주차장으로 평소처럼 진입하다 사고를 겪은 것이다.
사고 순간 수리업체 직원도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수리업체 직원 중 1명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나머지 1명은 지하에서 센서를 점검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추락하는 차량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해야할 주차 관리인은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차장법상 20대 이상 주차대수를 가진 기계식 주차장은 주차 관리인을 둬야 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은 '기계식주차장치의 이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계식주차장치를 조작할 것'이라는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해당 건물은 29대의 기계식 주차장을 갖췄기 때문에 관련법상 주차 관리인은 이용자가 있을 때 기계식 주차장치를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 건물을 오가는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관리인이 없는 상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건물 내 직장인 A씨는 "2020년에 상주하는 주차 관리인이 있었지만 2021년부터는 무인으로 운영되면서 입‧출차를 돕는 담당자가 없어졌다. 현재 여기 오는 일반 이용자들 모두 주차를 혼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도 "법적으로 20대 이상 넘으면 관리인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지난해부터 없었다"고 전했다.
인근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 C씨도 "차가 들어가고 나가기를 지켜보면서 통제하던 관리인이 2020년 12월 말쯤 나갔고, 상주하던 관리사무실도 없어졌다"며 "관리인이 사라지면서 우리 쪽에 묻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남 건물이고 이상이 생기면 문제가 될까 봐 알려줄 수 없었다"고 했다.
◆북구청, 교통안전공단 등 허가 및 관리·감독 기관 책임은?
기계식 주차장을 허가하고 관리·감독하는 공공기관들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교통안전공단은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검사에서 관리인 배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교육과 검사하는 기관"이라며 "현장에 관리인이 근무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속 권한과 의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구청도 전산상 관리인 미배치로 확인된 건물에만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현장 점검은 여건상 어려울뿐더러 관련 지침도 없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주차 관리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청 내 담당자가 한 명이라 현장에 직접 가서 단속하는 게 어렵고, 몇 달에 한 번씩 나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건물주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과 북구청 등 기관들과 공조하고 있다"며 "언제부터 주차 관리인이 없었는지를 파악해 이를 근거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물주 대리인은 "건물 내 세입자들이 교통안전공단에서 받아야 하는 4시간 교육을 들었다. 그들이 관리인이고 필요하면 나가고 있다. 또 임대료가 얼마 나오지 않는데 주차만을 위한 관리인을 따로 두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