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년간 대구를 이끌 새로운 대구시장이 결정된다. 대구시의 새로운 출발을 앞둔 지금, 시가 2014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5+1 신산업'에 대해 업종별 성과와 한계를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구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부품산업과 섬유산업을 뛰어넘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 이면의 한계를 지적하는 현장 목소리를 중심으로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발굴·육성하면 좋을지 전망한다.
첫 순서는 로봇산업과 의료산업이다.
◆로봇산업
먼저 로봇산업은 지난해 '국가로봇 테스트필드' 유치로 가장 굵직한 성과를 낸 분야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9년 로봇산업의 지역 내 비중은 사업체 수 0.02%p(0.26→0.28%), 종사자 수 0.03%p(0.47→0.5%), 부가가치 1.66%p(2.49→4.15%) 순으로 늘었다.
지역 로봇기업은 지난 2014년 48개에서 2019년 202개로 늘었고 매출은 1천942억원에서 7천328억원으로 급증했다.
투자액도 늘었다. 대구테크노파크(TP)에 따르면 대구시 연구개발사업 중 로봇산업 수혜기관 투자액은 2016년 61억원, 2017년 80억원, 2018년 88억원, 2019년 79억원으로 지난 4년간 308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로 시작한 대구의 로봇산업은 '비수도권 1위'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해 ABB, 야스카와전기, KUKA, 스토브리 등 글로벌 로봇기업 5개도 대구에 둥지를 틀었다.
다만 지역기업들은 로봇 테스트필드 유치로 인한 변화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테스트필드가 서비스로봇 위주로 실증을 진행하는 데 비해 지역 로봇기업들은 제조로봇 위주기 때문이다.
지역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로봇을 하는 업체는 지역에서는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테스트필드 유치로 각종 지원사업이 서비스로봇 위주로 재편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하던 제조로봇을 뒤로하고 서비스로봇으로 가야 하나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산업용로봇 국내 1위인 현대로보틱스 유치 이후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역업계 관계자는 "현대로보틱스의 생산기지는 대구에 있지만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연구개발은 서울에서 한다"며 "지역에서의 연구개발을 통해 고급인력이 대구에 자리 잡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유치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중소 로봇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정규 RP 대표는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29년간 적자였지만 꾸준한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에 현대차에 1조원에 팔릴 수 있었다"며 "로봇 개발에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한 지원이 필수다. 대기업 유치도 좋지만, 중소 로봇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다양한 지원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R&D 지원이 대구 로봇산업 성장에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봇산업진흥원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로봇 연구개발 지원사업의 목표를 미리 결정해 놓고 관심 있는 기업은 지원하라는 식이 대부분"이라며 "기업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상향식 지원사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지역 로봇기업들은 대구에 있다고 해서 특혜를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자동차부품산업이 발달한 대구의 특성에 따른 로봇산업과의 연계, 수도권과 항만을 두루 오갈 수 있는 물류상 장점을 보고 대구에 있다고 얘기한다.
대구 한 로봇기업 대표는 "분명히 대구는 로봇하기 좋은 도시인 곳이 맞다"며 "앞으로는 더욱 활발한 지원에 더해 지금까지 구축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로봇산업이 대구의 중심으로 커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산업
의료산업은 대구시가 일찌감치 특화산업으로 정하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의료산업의 지역 내 비중은 사업체 수 0.17%p(2.43→2.60%), 종사자 수 0.56%p(5.94→6.5%), 부가가치 1.89%p(1.20→3.09%) 순으로 증가했다.
대구TP에 따르면 대구시 연구개발사업 중 의료산업 수혜기관 투자액은 2016년 148억원, 2017년 121억원, 2018년 107억원, 2019년 147억원으로 4년간 523억원이 투입됐다. 미래형자동차, ICT에 이어 세 번째로 투자비중이 컸다.
대구시와 지역사회가 사활을 걸고 지난 2013년 유치했던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대구첨복) 내에는 4개 핵심 지원시설과 한국뇌연구원등 10개의 연계 연구·지원기관이 있다. 첨단임상센터와 의료기술시험연수원 등 추가 지원 인프라 조성도 진행되고 있다.
대구첨복에는 148개사가 입주해 있다. 최근 5년간 고용은 연평균 27%, 매출은 14%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구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생산액 증가율 전국 2위(51%), 수출액 증가율 전국 1위(71%)를 기록했다. 임플란트 등 치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전국 대비 비중 12%, 10%로 3위 수준이다.
그러나 의료산업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보내고 있다. 대구가 전국에서 의료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오송첨복이 '알짜배기' 바이오신약과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를 가져가며 기능이 이원화된 영향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업계 관계자는 "대구에 의료특구가 생기고 첨복이 조성된 지 약 10년이 지났지만 기대가 컸던 것인지 예상보다는 성장이 더딘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지자체에서 의료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힘이 분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규제개혁과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말한다.
대구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첨복을 중심으로 의료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고 얘기는 많이 했지만 기업이 느끼기에는 각종 규제와 싸운 지난 10년이었다"며 "규모가 있는 의료기업은 첨복이 있다고 해서 대구로 올 만한 메리트를 못 느낀다. 첨복단지 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다른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지역에는 시니어급 의료인재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주니어급 인재는 양성이 되는데 기업이 결정적일 때 필요한 어느 정도 숙련된 인재다. 대구의 의료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시니어가 지역에 오고 이들이 주니어를 가르쳐 숙련된 인력 수급이 끊이지 않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대구시는 의료산업 지원을 보다 긴 호흡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대구첨복 관계자는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적어도 10년이 걸린다. 그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의료시장"이라며 "그간 축적된 노력으로 지역 의료기업이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다. 첨복도 더욱 많은 성과 창출과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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