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작년 5월 14일 취임)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12일 퇴임했다. 김 총리는 이임식에서 총리 퇴임뿐만 아니라 정치 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총리는 대구경북 출신으로 경기도 군포와 대구 수성구갑에서 국회의원을, 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이임사에서 "정치인, 공직자의 삶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당연하고 엄중한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달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치 은퇴' 이유에 대해 "정치를 하자면 한 진영에 속해야 하고 우리 진영에서 박수를 받으려면 상대편을 가차 없이 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영 내에 설 자리가 없다. 그러려면 나의 가치(신념)를 버려야 한다. 지금 정치를 더 하려면 우리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나쁘다고 해야 한다. 이런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12일 "온몸을 바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우리 부모님들과 형제자매들 앞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은퇴의 변'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적나라하게 짚고 있다. 상대편에게 험한 말을 쏟아낼수록 자기 진영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자기편을 무식하게 옹호할수록 팬덤이 늘어난다. 합리와 논리, 지성과 과학, 공화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국민을 편 가르는 정치인과 맹목적 지지자들이 주거니 받거니 국민과 국가를 타락의 길로 몰아가는 것이다. 정치가 나라와 국민을 돕기는커녕 망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김 전 총리는 1958년생, 만 64세로 은퇴하기에는 젊다. 그럼에도 그는 은퇴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암담한 현실을 지적하고, 변화를 역설(力說)했다. 김 전 총리가 역설한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야 한다. 김 전 총리가 지적한 문제들이 하루속히 옛 이야기로 묻히기를, 협력과 타협, 상식과 사실이 한국 정치의 주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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