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대구시가 2014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5+1 신산업'(미래형자동차, 의료, 물, 에너지, 로봇, ICT)에 대해 업종별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로봇·의료(매일신문 18일 자 3면 보도), 물·에너지(20일 자 3면 보도)에 이어 세 번째 순서는 미래차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정보통신기술)다.

◆미래차산업
미래형자동차는 대구시 5+1 신산업의 핵심이다.
내연기관 부품업체가 집적한 지역업계는 탈(脫)내연기관 시대를 맞아 격동기를 겪고 있다. 대구 내연기관 부품업체가 미래차로의 성공적 전환 여부는 지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미래차 육성은 선택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닌 필수과제다. 전기차·자율주행 선도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는 미래차형자동차과를 따로 두며 미래차 산업 육성에 전력투구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9년 미래차산업 지역 내 비중은 사업체 수 -0.01%p(0.46→0.45%), 종사자 수 -0.54%p(2.74→2.20), 부가가치 -0.76%p(20.61→19.34) 순으로 오히려 줄었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스마트공장 도입 등으로 필요 인력이 줄었고, 급격한 전환기에 경쟁에서 뒤처져 사라진 업체도 적지 않다.
지역의 중견 차부품업체 중에서는 성공적으로 미래차로 전환 중인 기업도 있다. 내연기관 변속기를 생산하던 경창산업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모터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수소 금속분리판, 수소저장탱크 등 수소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부로부터 미래차 사업재편 승인도 받았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이인텔리전스, 전기차 충전기 분야에서 대영채비, 차지인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MG03}]대구시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시작해 인구 대비 보급대수에서 특·광역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를 미래차 대전환 원년으로 삼고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를 발족했다. 대구국가산단에 전기차 모터밸리 조성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기업의 미래차 전환은 더디다.
지난해 한국은행 대경본부가 진행한 '대구경북 차부품사 친환경차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에서 전기·수소차 전용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9.9%에 그쳤다. 여전히 내연기관 전용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43%로 과반에 육박했고, 조향·제동 등 범용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41.7%였다.
지역업계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나름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여력이 부족한 2·3차 협력업체가 75.2%로 대부분인 탓에 미래차 전환에 관심을 두거나 기술개발을 계획하는 초기사업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응답이 56.6%를 차지했다.
실제로 전기·수소차 관련 부품 생산계획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26.3% 업체는 그 이유로 기술개발이나 신규투자 여력이 없다(39.0%)고 답했다. 미래차 진출 계획이 없는 업체들이 고용을 감축하거나 타업종으로 전환하는 등 준비에 소극적인 경우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지역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1차 협력업체는 빠르게 정보를 습득해 미래차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2·3차 업체들은 솥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전환 의지는 있지만 여력이 없어 소외되는 중소업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분야는 반도체 수급 불안 등 글로벌 정세 악화가 지자체 정책을 뒤덮어버린 형국이다. 근본적으로 지자체 지원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보다 외부의 악재에 흔들리기 쉬운 구조다.
대구 한 중견 차부품기업 관계자는 "최근 부품 조달과 물류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수년 전부터 꾸준히 미래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비중은 적다. 기존 사업에서 돈을 벌어 미래차에 투자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대형 악재가 터지면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ICT산업
스마트시티 실현을 목표로 한 ICT산업은 기존 5개 신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스마티시티 자체는 산업이라기보다 '진화한 생활양식'에 가깝다. 기존 5개 신산업 성장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필수고, 5개 분야의 고른 성장을 통해 스마트시티를 실현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9년 ICT산업의 지역 내 비중은 사업체 수 +0%p(0.44→0.44%), 종사자 수 -0.28(1.38→1.10%), 부가가치 -1.35%p(4.15→2.80%) 순으로 비슷하거나 감소했다.
대구시는 ICT산업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 실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국토부 스마트시티 실증도시 지정 등 도시 전역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
한강 이남 유일의 ICT 집적단지 수성알파시티 내 SW융합클러스터에는 68개 업체가 자리해 매출 3천억원대를 올리고 있다. 수성알파시티가 '비수도권 최고 수준'의 ICT산업 거점이라는 점은 기업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승자독식 경향을 띠는 ICT산업에서 비수도권 최고 수준이라는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대구의 소프트웨어 인재는 여전히 판교테크노밸리나 테헤란밸리로 가고 싶어 한다. 지역 ICT기업들은 인재채용에 어려움이 매우 크다고 호소한다.
수성알파시티 한 입주업체 대표는 "대부분의 IT인재가 지역을 떠난다. 대구경북에서 한 해에만 IT전공자 약 3천명이 배출되는데 남아있는 사람은 4분의 1도 안 될 것"이라며 "지역인재가 지역에 남을 만한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이들이 판교가 아닌 수성알파시티를 선택하도록 할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기업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네이버나 카카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기업이 있어야 지역인재도 수성알파시티를 취직 후보군으로 꼽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수성알파시티 입주업체 대표는 "수성알파시티를 조성하고 시간이 흘렀는데도 눈에 확 띄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뜯어보면 좋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많은데도 구직자나 일반인이 알지 못한다. 기업과 대구시가 함께 더 나은 홍보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투자 여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ICT산업 특성상 자본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이 많은데 대구에는 여전히 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 SW업체 세중아이에스·워터코리아 설진현 대표는 "일부 벤처캐피털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투자수요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역에서 투자대회를 여는데 역외업체나 인재가 상금을 타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설 대표는 "ICT는 다른 산업과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며 "수성알파시티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IT 메카로 커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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