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잔치 배설(排設·연회 등에 쓰는 물건을 차림)하여 불쌍하신 우리 부친 상봉할까 바랐더니 어찌 이리 못 오시나…."
12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 대구시립극단 연습실에선 이예진 인턴단원의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20여 명의 대구시립극단 단원이 코믹 마당극 '열혈심청'을 연습하는 자리였다.
"각자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죠." 심봉사가 눈을 뜨는 12번째 장면에서, 앙상블 배우를 향한 정철원 예술감독의 주문이 이어졌다. 처녀가 된 심청이 등장하는 2번째 장면 연습에선, 심청 역의 이예진 배우와 앙상블 배우들이 걸그룹 투애니원의 히트곡 '내가 제일 잘 나가'에 맞춰 화려한 댄스를 선보였다.
'열혈심청'은 한국의 대표적 고전소설 '심청전' 이야기를, 대구시립극단이 살짝 비틀어 각색한 작품이다. 효심 가득한 심청은 당찬 소녀로, 심봉사는 자식보다 철없는 아버지 모습으로 바꿨다. 여기에 현대음악, 국악,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K팝 댄스와 한국무용을 적재적소에 녹였다. '코믹 마당극'이란 수식어처럼, 작품 곳곳에 폭소를 자아내는 코믹적 요소 또한 가득하다는 게 극단 측의 설명이다.
대구시립국악단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악단 단원 김경동‧공성재‧이승엽‧정요섭(사물), 임형석(피리), 김영산(대금), 이주영(해금)이 출연해 라이브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시립극단은 2개월 전만 하더라도 연극 '파우스트' 전막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단원들의 감염 사례가 이어졌다. 결국 러닝타임이 4시간에 이르는 '파우스트' 준비는 연습 일정상 어렵겠다는 판단에서 공연을 9월로 미뤘고, 대신 '열혈심청'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정철원 예술감독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해진 마음을 웃음과 신명으로 날려버리고,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자는 응원의 뜻을 담았다"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7시 30분, 21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5천원이다. 예매는 대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나 티켓링크를 통해 하면 된다. 8세 이상 관람가. 053-606-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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