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염색산업단지(염색산단)에 1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염색산단을 첨단산단으로 변모시킨다는 구상이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마냥 박수만 칠 수는 없다. 염색산단을 옮기라는 지역 여론이 높고 실제로 그런 장기 계획이 검토돼 온 마당에 기존 시설에 천문학적 예산을 들이붓는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대구 7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염색산단 첨단화를 선정했다. 대구시의 강력한 건의에 따른 결정이다. 염색산단 첨단화 사업은 염색산단 내 유연탄 발전설비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발전설비를 추가 구축하며 산업단지 에너지 관리 효율화를 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상은 그럴듯해 보인다. 문제는 이와 별개로 염색산단의 외지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구염색산단관리공단과 입주 업체들은 염색산단 이전을 바라고 있다. 대구환경공단 노조도 "염색 폐수에 최적화된 하·폐수처리장의 지하화를 즉각 중단하고 염색산단 이전을 추진하라"는 성명을 최근 냈다.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대구염색산단 첨단화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와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대구 최대의 역사(役事)라고 일컬어지는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을 고려할 때도 염색산단은 재정비보다 이전이 낫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총 14조 원을 투자해 대구 서부권 도심 발전 중심축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첨단 경제, 스마트 교통,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미래형 도시와 맞닿아 있는 염색산단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염색산단은 차라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인근에 조성될 예정인 경제특구 같은 곳으로 옮기는 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대구시의 태도다. 시는 염색산단을 이전한다고 하면서도 부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검토나 해 보고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의문이다.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겠다고 1조 원을 들일 바에야 그 돈을 염색산단 이전 사업에 보태는 게 더 현실적이다. 누구 좋으라고 염색산단 첨단화에 목을 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염색산단 이전은 지금 서둘러도 늦다. 차기 대구시장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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