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정부 인선 본 공직자들 “TK출신 인재풀 키워 명맥 잇자”

TK공직자들이 바라본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
MB·박 정권 후진 양성 소홀…5년간 TK 패싱 지속 인물난
국·과장급 인사 적극 키워야…장·차관급 오를 인재풀 확보
"인재풀 확대하면 지역 홀대 인사 시도해도 실행 쉽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첫 대외 현장 행보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수석,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첫 대외 현장 행보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수석,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에서 정부·여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이 최전선에 상당 부분 발탁된 가운데 관가 일각에서는 "지역 출신 인재풀을 더욱 확대하는 '적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향후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또다시 편중 인사로 지역 인재 명맥이 끊기는 'TK 암흑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기억처럼 한쪽 날개만으로 국정이 이뤄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은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듯 국정의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전문성 갖춘 지역 인재들을 각 중앙부처와 4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청·국세청·경찰청·국정원 등에서도 꾸준히 키워나가야한다는 전문가들의 한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중앙정부 내 인재풀이 확고하게 넓어지면 정권이 교체되고 TK 홀대 인사가 정치세력에 의해 시도된다고 해도 실행이 쉽지 않다는 공직자들의 제언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 인선에서 장관급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을 비롯해 차관급 자리 인선에선 7명이 발탁됐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첫 국세청장에도 지역 출신 인사가 기용됐다.

이번 인선 면면을 보면 지역 연고성을 아우르면서도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TK 인사들이 두루 발탁됐다는 평가가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인선과 큰 대조를 보이며 지역 출신 인사들이 새 정부 첫 인사에서 대거 약진했음에도 불구, 이번 인사 내용을 분석한 지역 출신 공직자들은 "오히려 더 큰 위기감을 갖고 지역 인재풀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정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실력파 관료들을 양성, 지역 인재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자력 기반을 길러놔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기업인들의 체감 주목도가 가장 높은 국세청 경우, 간부급 허리가 없다는 걱정이 나온다. TK 출신 전직 국세청 고위공무원은 "이달 기준으로 본청 김진현 법인납세국장, 정재수 기획조정관, 정철우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김태호 대구지방국세청장, 박종희 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 등 지역 출신 인사들이 고위공무원단에 포진해 있다"며 "하지만 주로 행시 37, 38, 39회 출신들이 주력이고 그 아래로는 TK 출신 고공단 후보들의 숫자가 거의 없어 향후 3~5년 이후에 인재풀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 부처 과장은 "지난 정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 고향인 부산경남 출신이 전성기였고, 박근혜 정부에서 혜택을 봤던 TK 출신 공직자들은 말 그대로 한직으로 밀려났다"면서 "1급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전멸하면서 쓴맛을 봤고,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유독 뒷전으로 밀렸다. 전문성을 갖춘 능력있는 인사들도 지역성으로 인해 크게 차별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지방자치분권실장 등 행안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에 오르지 못한 김현기 대구가톨릭대 기획협력부총장 겸 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는 능력있는 사람을 위주로 안배를 해서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책을 줬는데 지난 정권에서 많이 바뀌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방세를 총괄하는 주요 부서인 지방재정경제실에도 지역 출신이 거의 없어 맥이 완전히 끊겼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출신 공직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직업공무원제 체계에서 국민에 대한 충성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전문성과 실력을 키우고 안팎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도 지역 대표성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능력있는 사람부터 키우는 인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경제 부처 실장은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TK출신들이 이른바 '전성기'를 누렸지만 정권에 따른 지역적 연고에 의지해 자력을 키우지 못했다"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간을 거치며 인재 양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 속에 'TK 인사 배제'가 5년간 지속되자 유능한 지역 출신 인사들이 다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역 미래 자산인 국과장급 인사들을 많이 키워야 향후 장차관급에 오를만한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공 있는 지역 실력파 관료를 많이 배출한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 편향적 인사 시도가 먹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 출신의 한 고위 공무원은 "평가가 좋지 않고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묵시적 안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더 키워줄 수 없다"며 "자신의 강점 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을 닦고 인정받은 관료는 결국엔 빛을 볼 수밖에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들은 갈수록 정권과 출신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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