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구강내과 의료 불평등

전문과목 표방 치과…전문화 촉진, 치의학 발전 한 축 담당
구강내과 치과의원은 전국 20여 곳 불과…불평등 여전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이제 정식으로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8년째이니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배출된 치과의사전문의 수가 1만3천000명이 넘어서 전체 치과의사의 약 40% 정도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셈이다. 모두 11개 치과의사 전문과목 중에 통합치의학과 전문의가 5천605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 치과교정과 1천500명, 구강악안면외과 1천472명, 치과보철과 1천408명 순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치과의사전문의가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치과의사전문의에 대한 이해 수준이 그리 높은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치과의사전문의가 자신의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않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치과의사전문의를 쉽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법적인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치과의원에서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경우에는 표방한 전문과목의 진료만 해야 하는 것이 치과계의 불문율이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과목 진료만 하는 것보다는 일반 진료를 하는 것이 개원 환경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치과의사전문의가 아직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일부의 치과의사전문의가 자신의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전문 진료만 하는 것은 우리나라 치과계의 발전과 치과의료 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내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치과의사 전문과목은 치과교정과인데, 이 과목은 이제 일반인들 사이에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치아교정을 원하는 환자들이 치과교정과 치과의원을 찾아가는 것이 보편적 추세로 보여진다.

그다음으로 많이 표방하고 있는 치과의사 전문과목은 소아치과와 구강내과, 그리고 구강악안면외과이다. 이들 과목을 전문과목으로 표방하고 있는 치과 개원의 수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치과진료 전문화의 촉진과 치의학 발전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요즘은 어린아이의 치과치료를 위해서 수면 상태에서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매복된 사랑니의 발치나 악교정수술 혹은 양악수술을 받기 위해서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원을 찾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원은 수술실과 입원실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종래의 개인 치과의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치과의원 형태를 보이고 있다.

구강내과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주로 다른 병의원에서 의뢰되어 오는 환자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구강내과로 바로 찾아오는 환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주어 일반인들 사이에 구강내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구강내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종류도 턱관절 장애 뿐만 아니라, 구강안면통증이나 구강감각장애, 구강운동장애, 구강연조직질환 등 구강내과의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해지고 있음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구강내과를 전문과목으로 표방한 치과 개원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구강내과 치과의원이 전국적으로 20여 군데에 불과하고 그나마 모두 대도시에만 분포하고 있어서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 주민들이 구강내과 진료를 받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강원도 태백에서 대구까지 구강내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우리나라의 의료 불평등은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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