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관련 지침 없다는 대구 북구청, 사망 사고에도 뒷짐 질 텐가

대구에서 기계식 주차장에 진입하던 차량이 추락해 운전자가 숨졌다. 조사 결과 인재로 추정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주차장에는 기계 오작동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이 열린 채로 수리 중이었다. 지하 4층까지 뻥 뚫린 곳이었음에도 안전조치가 미흡했다.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주차 관리인은 현장에 없었다. 지난해 초부터 주차 관리인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예고된 인재였던 셈이다.

건물주의 안전 의식 부재를 사고의 일차적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관련 법령에는 20대 이상 주차 대수를 가진 기계식 주차장은 주차 관리인을 두도록 했다. 사고 현장은 그러지 않았다. 비용 절감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기계식 주차장 자체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다. 주차 관리인마저 두지 않은 채 비용 탓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행정기관의 대응이다. 대구 북구청 측은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주차 관리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구청 내 담당자가 한 명이라 현장에 직접 가서 단속하는 게 어렵고, 몇 달에 한 번씩 나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라고 했다. 해명이라기보다 변명에 가깝다. 관리인 미배치로 확인된 건물에만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현장 점검 관련 지침이 없다는 변명은 구차하다. 지침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실토나 다름없다.

지침만 따지고 현장을 모르는 행정은 재앙에 가깝다. 위험이 예측되는 사각지대를 현장에서 알아채는 것도 행정기관의 고유 업무에 포함된다. 선제적으로 찾아 예방하는 게 목적이지 사고가 발생한 뒤 관리·감독하는 게 아니다. 이번 사고는 인재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죽음이다. 지금이라도 관내 기계식 주차장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길 주문한다.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생기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정을 기대한다. 행정은 서비스이지, 군림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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