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을 가본 적은 없다. 어디쯤에 있는지도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하지만 함평은 유명 도시만큼이나 낯익은 지방자치단체로 다가온다.
함평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나비' 하면 절로 함평을 연상(聯想)한다. '기차' 하면 '여행'이 떠오르는 것처럼.
3무(천연·관광·산업 자원 無)의 함평을 비상시킨 건 1999년 시작된 나비축제다. 첫 축제에 60만 명이 찾으면서 소위 '대박 축제'의 길을 열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축제엔 더 많은 인파가 몰렸고 함평을 찾는 연간 관광객이 250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2008년에는 함평 나비·곤충엑스포를 열어 함평의 나비는 세계로 날았다.
함평은 나비축제를 통해 청정 지역으로 알려졌고 친환경 이미지를 활용한 부가가치가 크게 높아져 매년 거둬들이는 수입도 짭짤해졌다.
'함평 나비혁명' 책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열정과 상상력을 동원해 전력투구한다"는 함평군 공무원과 주민들의 땀과 혼을 성공의 비결로 소개했다. 물론 아이디어를 내고, 여러 반대를 설득하며 축제의 닻을 올린 이석형 당시 군수의 공이 지대했다.
40세에 군수에 당선, 우루과이라운드와 IMF 영향으로 험난함에 처한 농업 환경, 자원이라고는 논밭과 야산뿐이고 인구마저 줄어 쇠락하는 농촌 그 자체였던 함평에 '나비효과'를 불러온 건 이 군수의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다.
횡단보도 앞에 널따랗게 펼쳐져 햇볕 강한 날, 신호 대기 중인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서리풀 원두막'은 2015년 서울 서초구에서 처음 등장했다. 서초(瑞草)의 옛 명칭 서리풀을 딴 그늘막은 지금은 폭염 대비 그늘막 공식 모델로 등극,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서리풀 원두막은 엄청난 기술이 들어간 획기적인 발명품은 아니다.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를 실행한 추진력이 그 가치를 높인 사례다.
중앙·지방행정기관 및 공사·공단의 행정 혁신 사례를 모아놓은 '정부 혁신 1번가'에 올라 있는 1천190건(18일 현재)의 우수 사례 중 서초구는 138건으로 전국 지자체 중 1위다. 2위 강동구가 57건이니 서초구를 이끌던 조은희 구청장(현 국회의원)에겐 '혁신 행정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2014년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의 공약이 출발점이다. 2016년 국가사업으로 확정됐고, 노사 상생형 모델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에 포함되면서 추진 동력을 얻었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형 제2, 제3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내 삶과 직결된 동네 일꾼을 뽑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19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표심을 얻으려는 후보들의 시끌벅적한 구애도 본격화됐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소멸의 위기를 겪는 지방의 운명은 적어도 4년간 선출된 리더들의 손에 쥐어진다.
지방 혁신의 가장 중요한 추진 동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단체장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이석형 군수는 유채꽃 축제나 하자는 공무원들의 제안에 차별화된 아이템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군수직을 걸고 준비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정성이 들어가야 되는 자리에 에고(ego)가 들어가면 안 된다"며 혁신 행정의 비결로 '정성'(精誠)을 꼽았다.
생활 정치에까지 정당이 끼어들어 권력 다툼의 장이 돼 선택을 망설이게 하나, 그럼에도 혁신 리더 탄생의 발판 마련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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