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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사직서 제출 "지난 몇년 자기편 수사 이유로 린치 당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검사 사직서를 냈다.

지난 4월 13일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고 이어 5월 9일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도 소화했으나, 아직은 사법연수원 부원장 신분인 한동훈 후보자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사직서를 냈다"고 알렸다.

글에서 한동훈 후보자는 "장관 임명을 앞두고 올린 사직 글"이라고 사실상 검사로서 내부망에 적는 마지막 글임을 암시, 지난 20여년 검사 생활을 두고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지만,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이 직업이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상대가 정치 권력, 경제 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그것만 생각했다. 외압이나 부탁에 휘둘린 적 없다. 덕분에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검사 초년시절부터 꽤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들이 모두 다 정답은 아니었겠지만, 틀린 답을 낸 경우라면 제 능력이 부족해서이지 공정이나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이번 정부에서 기치로 내건 '공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동훈 후보자는 특히 문재인 정부 및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기에 겪은 잇따른 좌천과 피해자로 드러난 독직폭행 사건을 가리키는듯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린치를 당했지만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밝혔다.

인사와 관련, 한동훈 후보자는 2019년 일명 '조국 수사'를 지휘하면서 좌천의 길로 들어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기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어 '검언유착' 사건에 휘말리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 수사 일선에 설 수 있는 보직에서 잇따라 제외됐다.

이어진 글에서 한동훈 후보자는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서 할 일이 있다'는 대답을 해왔다"고 흔히 법조계에서 좌천 인사를 당할 경우 '옷을 벗는' 전례를 따르지 않은 이유를 밝히며 "할 일이란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당하더라도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동훈 후보자는 그간 함께 일한 검찰 구성원들을 언급했다. 그는 "제가 했던 떠들썩했던 사건들보다 함께 했던 분들이 떠오른다.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그때그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연이 닿지 않아 함께하지 못한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현재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에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내일인 16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상황이다.

재송부 요청 기한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에 이번 주 중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이고, 이를 감안해 오늘 한동훈 후보자가 사표를 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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