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98> 명인 중의 명인, '시계의사' 박준덕

루페(돋보기)를 끼고 시계를 점검하는 대구 중구 교동 공인사 박준덕 명장. 그는 영국시계협회(BHI) 시계수리 전문의 시험을 패스한 ,동아시아에서 1명 뿐인 명장이다. 해외에서도 수리 의뢰가 이어져 현재 6개월치가 밀려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루페(돋보기)를 끼고 시계를 점검하는 대구 중구 교동 공인사 박준덕 명장. 그는 영국시계협회(BHI) 시계수리 전문의 시험을 패스한 ,동아시아에서 1명 뿐인 명장이다. 해외에서도 수리 의뢰가 이어져 현재 6개월치가 밀려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현미경으로 부품을 들여다 보며 시계를 수리하는 박준덕 명장.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현미경으로 부품을 들여다 보며 시계를 수리하는 박준덕 명장.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박준덕 명장이 손바닥 위에서 수리할 시계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박준덕 명장이 손바닥 위에서 수리할 시계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박준덕 명장이 직접 개발한 시계 부품을 제작하는 도구. 이 쑤시개 굵기에 만든 톱날로 초미세 톱니바퀴 시계 부품을 가공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박준덕 명장이 직접 개발한 시계 부품을 제작하는 도구. 이 쑤시개 굵기에 만든 톱날로 초미세 톱니바퀴 시계 부품을 가공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박준덕 명장이 직접 개발한 선반으로 시계를 수리할 부품을 깎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박준덕 명장이 직접 개발한 선반으로 시계를 수리할 부품을 깎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미국 뉴욕에서 시계 수리를 의뢰한 수선증. 서울을 비롯해 스위스,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 수리를 요청하는 물량이 70%에 이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미국 뉴욕에서 시계 수리를 의뢰한 수선증. 서울을 비롯해 스위스,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 수리를 요청하는 물량이 70%에 이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무덤에서 발굴한 뒤 1년 동안 수리 끝에 되살린 독립투사 회중시계. 1840년대 스위스 파덱사가 만든 명품 시계로, 깨진 유리는 그대로 뒀다. 사진=박준덕 명장 제공.
무덤에서 발굴한 뒤 1년 동안 수리 끝에 되살린 독립투사 회중시계. 1840년대 스위스 파덱사가 만든 명품 시계로, 깨진 유리는 그대로 뒀다. 사진=박준덕 명장 제공.
대구 공인사 박준덕 명장. 그는
대구 공인사 박준덕 명장. 그는 "시계는 지구 자전을 측정하는 기계로, 과학의 집합체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정확한 기계"라고 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루페(돋보기) 너머로 꼼지락 거리는 핀셋.

톱니바퀴, 태엽, 깨알 같은 부품을 만들고 다스려

째깍째깍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집중, 또 집중….

대구시 중구 교동길 29, 공인사 박준덕(73) 명장.

그는 죽은 시계를 되살리는 '시계의사'입니다.

영국시계협회(BHI)의 악명높은 시계수리 전문의

시험을 독학으로 패스한, 동아시아에서 1명뿐인 명장.

그 명성에 해외까지 알려져 찾는 이가 많습니다.

먼 길을 마다않고 보내오는 시계는 대부분 명품이거나

사연 많은, 꼭 살려야 할 추억 어린 소장품들입니다.

"10초라도 가게 해주세요. 아니면 움직이는 흉내라도"

2014년 말 만주 독립투사 무덤에서 발굴한 유품이라며

삭디 삭은 회중시계가 왔습니다. 1840년대 스위스

파덱사가 만든 명품으로, 본사서 퇴짜 맞은걸 복원하듯

부품 열댓 개를 깎아 되살렸습니다. 꼬박 1년 걸렸습니다.

주특기는 더 이상 못 고친다는 '난치병 시계' 전문의.

서비스센터에서 사망선고를 받거나, 수리 기술자가

손보다 망치기라도 하는 날엔 어김없이 그를 찾습니다.

부러지거나 단종된 부품은 직접 만든 기계로 깍습니다.

오래 물을 먹어 삭지 않은 이상 거의 다 살린다고 했습니다.

1735년, 최초로 태엽으로 가는 시계가 등장했습니다.

발명가는 영국의 목수 출신 존 해리슨. 그가 계산해

구현한, 시계 톱니가 맞물려 1초의 오차도 없이 운동하는

피치(pitch) 원리는 이후 발전기·모터·자동차·항공기에도

적용돼 인류가 도약한 산업혁명의 원동력 이었습니다.

코사인, 탄젠트 삼각함수로 작동하는 헤어스프링.

기계,전기,전자,물리,중력,압력 등 과학의 집합체이자

디자인에 예술성까지 겸비한 가장 정확한 기계장치.

시간을 보는 것을 넘어 사람을, 품격을 보는 상징물 시계.

"지구가 멸망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그는 말합니다.

존 해리슨이 만든 시계가 산업혁명을 부르고

기술자는 또 그 위에서 명품, 예술품을 만듭니다.

그가 없다면 제 아무리 명품도 쇠뭉치에 불과합니다.

일흔을 넘겨도 찾는 이가 줄을 서니 늘 즐겁습니다.

기술은 끝이 없고 기술자는 정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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