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협력·협치 강조하며 허리 숙인 尹대통령…첫 시정연설 소통 자세

여야 의원에 진정성 있는 인사…첫 추경안 처리 '협조' 당부
"코로나에 힘들었던 우리 국민 정부와 국회 나서서 도울 때"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9시 30분쯤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 후 국회의사당 현관에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hoper@imaeil.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9시 30분쯤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 후 국회의사당 현관에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hoper@imaeil.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유의 격의 없는 모습과 소통의 자세를 보이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쾌한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소탈하고 겸허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맞으러 나와 국회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병석 국회의장과 악수하면서 박 의장보다 허리를 더 숙여 국회의 수장에 대한 예를 표했다.

박 의장과 환담 후 국회의사당에 들어서서도 털털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출입구에 서 있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와 인사한 뒤 곧바로 단상으로 직행하지 않고 통로 주변 좌석의 의원들과 여야 가리지 않고 허리 굽혀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약 14분 40초간의 연설 동안 추경안 처리와 함께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단상 앞에 선 윤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진정성이 느껴질 만큼 허리를 굽혀 절을 해 의원들의 박수와 인사 화답을 받았다. 이후 그대로 단상에 오르려 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의장석에 앉아 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웃으며 "대통령님, 의장께도 인사하시죠' 하자 윤 대통령은 '아차'한 듯 표정으로 곧바로 의장석을 향해 공손하게 절을 했고,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이 맨 넥타이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과 비슷한 하늘색 계열이어서 야당에 대한 소통의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낳았다.

15분 가까이 진행된 시정연설 후 퇴장할 때도 몰려든 국민의힘 의원들과 먼저 인사한 뒤 민주당 의석 쪽으로 이동,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도 4분 정도 악수하며 인사를 나눠 야당 의원들의 표정마저 밝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명한 메시지

초당적 협력의 중요성을 어필하려는 듯 소통의 모습을 보인 대통령의 모습 때문인지 이날 여야가 대치하거나 대통령에게 야유하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하는 내내 여야 의원들은 차분한 가운데 경청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날 언급한 내용은 ▷급변하는 국제 정치·경제 질서 ▷불안정한 국내외 금융시장 ▷대북 관계 및 IPEF 참여 논의 등 안보 ▷연금·노동·교육 개혁 ▷북한 코로나 지원 ▷정파 초월한 초당적 협력, 그리고 ▷코로나 손실보상 등 추경 관련 설명 및 신속한 처리 요청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연 추경안 국회 처리 협조 당부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59조4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 상황 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는 기꺼이 감내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설 때"라며 "이번 추경안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과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한 중요한 사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민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추경이 이른 시일 내에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초당적 협력도 윤 대통령이 이날 특히 강조한 대목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의 5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협력·협치를 강조하며 영국 사례까지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며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안보 플랫폼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가능성도 이날 처음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에 방한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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