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부커상 최종후보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포항이 SF 선도도시 됐으면”

“포항은 SF에 가장 적합한 도시. 이 곳에서 글 가장 잘 써진다”
시상식 떠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 포항에서 가져

부커상 최종후보 작
부커상 최종후보 작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16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사랑에 빠져서 포항에 왔는데 어느덧 포항과 사랑에 빠져 버렸네요."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경북 포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환상소설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정 작가는 오는 19일쯤 부커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 작가는 "다른 분이 받을거다. 여기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시상식 이후 남편의 고향인 포항에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 작가는 사회운동을 하며 만난 남편과 지난 2020년 8월 결혼해 포항시 남구에 정착했다. 연애 때부터 신혼시절까지 포항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받은 감동이 이후 그의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차기 작품은 이미 죽도시장을 배경으로 한 '상어(가제)'라는 작품을 구상해 뒀다.

바닷가에 상어가 나타난다는 식의 뻔한 스토리가 아니다. 죽도시장에서 가짜 상어고기를 파는 사기꾼을 주변 상인들이 추적해 잡아낸다는 코믹활극에 가깝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 작품 역시 이달 말과 내달 중으로 출간되는 '문어', '대게' 등의 포항 바닷가 수산물 시리즈의 하나이다.

이 시리즈에 대해 정 작가는 '남편이 출연도 하고 기획도 도왔다. 지분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포항에 살면 바다는 그냥 내키면 갈 수 있고 파랗게 열린 끝없는 하늘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포항은 무척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송도 '우짤랑교(동빈내항 대교)'와 호미곶 '상생의 손', 구룡포 '돌문어 동상'·'충혼각 사자상-작가는 구룡포 야옹이라 부른다-' 등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물을 보며 정 작가의 상상이 더욱 커져간 듯 하다.

"결혼 전에는 뭐랄까 좀 더 추상적인 글을 쓰다가 '문어'라는 작품 때부터 보다 구체성이 가미됐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구요. 포항이 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어요."

끝으로 이번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에 대해 그녀는 "지금은 저 혼자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한국 장르문학은 비주류의 물밑에서 조용히 발전해 왔다"고 평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포스텍 SF어워드'(전국 이공계 대학 및 원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문학 공모전)를 예로 들며 "장르문학의 발전을 위해 포항의 역할이 필요하다. 내가 쓰일 곳이 있으면 꼭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포항만큼 SF에 어울리는 도시가 없어요. 포스텍이며 각종 과학시설 등 SF의 이미지가 강한 도시잖아요. 남편과 항상 얘기했던 바람처럼 포항이 SF 등 장르문학의 선도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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