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한 해를 달군 '미투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서지현 검사가 16일 사직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무부에 파견돼 디지털성범죄대응TF팀장(부부장 검사)으로 있는 서지현 검사는 검찰 복귀 통보를 받고는 SNS로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라고 사직의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빠르면 내일 내지는 이번 주중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함께 시선이 향한다.
그러면서 서지현 검사가 밝힌 사직 이유는 법무부가 미리 인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법무부 검찰국은 서지현 검사에게 내일인 17일자로 원대 복귀를 통보했는데, 통보 시각이 불과 하루 전인 오늘(16일), 그것도 업무 종료 2시간 전인 오후 4시쯤이었고, 이처럼 당황스러운 상황을 서지현 검사가 사직의 배경으로 언급한 맥락이다.
▶서지현 검사는 이날 오후 6시 59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후 4시 위원회 회의를 위한 출장길에 복귀 통보를 받고 많은 생각들이 스쳤지만, 이렇게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를 하는 것의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알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지현 검사는 이날 원래 소속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박은정 성남지청장에게 사의를 밝혔다.
그는 "TF팀 마무리가 안 되었고, 자문위원은 3개월, 전문위원은 5개월이나 임기가 남았는데 하는 한 가지 아쉬움만 있을뿐, 예상했던 대로"라며 "전 정권에서도 4년 동안 부부장인채로 정식발령도 못받는 등 인사를 잘 받은 적은 없고, 끊임없는 나가라는 직설적 요구와 광기 어린 음해와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온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고 그간 겪은 처우와 심경을 밝혔다.
이어 서지현 검사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제대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수 있으니, 어떻게든 성범죄종합대책은 만들어놓고 나가야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견뎌냈던 치욕과 침묵의 시간들이 스쳐가지만, 많은 분들 도움으로 성범죄종합대책 Ver.1(버전1)이라도 만들어 놓고 나올 수 있으니"라며 "대한민국 검사로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지만 검찰청에서, 법정에서 결코 세우지 못한 정의에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그는 "검사로 산 게 18년, 미투 이후 4년"이라고 자신의 검사 생활에서 큰 계기가 된 미투운동을 언급했고, 이어 "후련한 마음이 큰 걸 보니 되도록이면 의연하게 보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나 보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서지현 검사는 2018년 1월 JTBC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0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즈음 한국 사회 각계를 뒤덮은 '미투운동'을 더욱 점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폭로였다. 미투는(Me, too)는 '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또는 '나도 성폭력 척결에 동의한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직후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이어 안태근 전 검사장을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안태근 전 검사장은 1심(2019년 1월)에서 징역 2년, 2심(2019년 7월)에서도 징역 2년 등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020년 1월 대법원(3심)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 이뤄진 끝에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어 안태근 전 검사장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2020년 2월 검사직에 복귀했고, 바로 사표를 낸 후 같은 해 8월 변호사 등록 허가를 받았다.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5년, 서지현 검사는 2010년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 만료로 애초 기소가 이뤄지지 못했다.
1973년 광주에서 태어난 서지현 검사의 올해 나이는 50세이다. 2001년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3기를 수료했다. 참고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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