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애국심 정보보고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언론사에는 '정보보고'라는 게 있다. 기자들이 출입처 동향 등을 윗선에 보고하는 것이다. 정보보고를 잘하는 것도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작은 사안이지만 앞으로 일이 커질 것 같으면 의미 부여를 해 보고한다. 팩트 체크는 필수다. 부유하는 카더라식 가담항설도 걸러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보보고가 이슈 선점에도 영향을 끼친다. 양질의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도 언론사의 실력으로 볼 수 있다.

구·군청 단위에서도 동네의 동향을 단체장에게 올린다. 금융회사의 각 지점도 같다. 사세가 잡힌 일반 기업도 정보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퍼즐 조각 같은 정보들을 모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조직이 지향할 곳을 알려주는 힌트가 된다는 것이다.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한 까닭이다. 개중에는 위험천만한 거짓 정보도 섞이는데 대개 친소 관계나 원한 관계에서 나온다.

정유재란 시기 우리 조정에 전해진 '요시라의 간계'는 이중 첩보였다. 요시라는 원래 부산포를 왕래하던 장사꾼이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에서 통역관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이중 첩자 노릇도 했는데 조선은 그를 통해 동향을 수집했다. 이 점을 노린 요시라는 거짓 정보를 조선에 흘린다.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을 활용했다. 부산으로 오는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를 뒤에서 치라는 첩보였다. 실은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선조는 이를 거르지 못했다. 이순신에게 가토를 치라고 명했다. 이순신은 첩보를 믿지 않았다. 출처를 신뢰할 수 없었다. 부산 주변에 왜성이 많아 역습을 당할 가능성도 높았다. 결국 조정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순신을 대신해 원균이 수군 통제권을 받는다. 이후 조선 수군의 참패는 우리가 아는 역사다. 조선의 정보 분석 실패가 불러온 참극이다. 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도 정보 분석 실패 탓으로 볼 수 있다. 왜군의 전진을 막은 조선의 의병은 상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키이우 점령이 며칠 내에 끝날 것"이라는 게 전쟁 직전 미 정보기관의 예측이었다. 의회 등에도 보고된 내용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완강히 버틸 줄 생각지 못한 것이다. 애국심이 현대전의 향방을 가를 잣대일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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