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를 대(對)윤석열 정부 투쟁 도구로 타락시키려는 민주당

오는 29일 임기가 끝나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뒤를 잇는 후반기 의장 자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치열한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장 선출은 최다선, 연령순으로 선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는 당내 강경파들의 압박에 의장 희망자들이 노골적으로 영합하고 있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 당시 24차례 당사 앞 집회를 열었던 강성 당원 모임 '밭갈이 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노(No) 수박'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지 수박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두관·안민석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이를 재확인했다. 이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관행을 바꿔 당원 직접 투표를 의장 선출에 반영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에 의장 출마 희망자들은 납작 엎드리고 있다. 민주당 5선 중 최연장자인 김진표 의원은 16일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검찰공화국'으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날 출마 기자회견을 한 조정식 의원도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강력한 무기는 국회"라며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를 '묻지 마' 대정부 투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회민주주의' 종식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게 중립적으로 의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1960년 4·19 이후 집권 민주당이 도입했고,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서 없어졌다가 2002년 김대중(DJ) 정부 때 여야 합의로 재도입됐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의 적자임을 자임한다. 그러나 사고와 행동은 의회주의자 DJ의 정신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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