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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박홍규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현계옥. 매일신문 DB
현계옥. 매일신문 DB
뱅크시,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 매일신문 DB
뱅크시,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 매일신문 DB

물리학자 마리 퀴리와 독립운동가 현계옥, 소설가 헤르만 헤세,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세상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즉 대세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간 사람들이다.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가 쓴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는 이같은 이단아 57명의 삶과 투쟁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

의사 마이클 샤디드는 의사협회가 의대 입학을 제한함으로써 의사의 공급을 줄이고 의사의 수입을 올리는 독점 관계를 형성한다며,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약탈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의사협회에 반기를 들고 '의료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나선 것. 그는 의사협회로부터 의사 면허증을 박탈당하면서도 기득권과 싸웠다.

소피아 코발렙스카야는 가부장 세계에 저항에 치열하게 살다가 불꽃처럼 산화한 인물이다. 남성 과학자들이 주류인 과학계에서는 그가 여성이라는 점 자체가 이단이었다.

소피아는 편미분 방정식, 토성의 고리 역학 등에 관한 논문 3편을 발표하고 유럽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 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수학 강사가 되지 못했다. 조국인 러시아에서도 여성이라는 점과 정치적 견해 탓에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지만, 스웨덴의 스톡홀름대학에서 강사와 계약교수를 지내며 결국 당시 과학계의 최고상인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보르댕상을 받게 된다.

로런스 베이커는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었다. 그는 한센병 전문의사와 결혼한 이후 히말라야의 외딴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산 골짜기에 병원과 집들을 짓고 16년간 그들을 돌보며 살았다.

집을 지을 때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건축 비용을 낮췄고, 지역의 노동력을 사용함으로써 지역 경제도 되살렸다. 그는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고 디자인을 검소하게 한 생태 건축을 지향했으며,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마을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믿었다.

헤르만 헤세는 스스로 '왕따'를 자처한, 반사회적 반항아였다. 개성은 개인이 찾는 것이지, 누구도 그 개성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그 누구도 누구의 모델이 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모범으로 삼지 마라고 경고한다.

뱅크시는 그래피티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과잉 소비와 환경 파괴 풍경을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그에게 그래피티는 하층계급이 할 수 있는 복수이자, 개인이 더 강하고 우월한 적에게서 권력과 영토, 영광을 빼앗을 수 있게 하는 게릴라전인 셈이다.

이외에도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가담하지 않은 자유인인 제인 애덤스와 장 지오노, 권력과 거리를 둔 영원한 아웃사이더인 이시도르 파인스타인 스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저항한 토리 모리슨, 만주 벌판에서 여성 해방과 민족 해방을 위해 싸운 현계옥, 성소수자의 평등을 위해 싸우며 차별금지 헌법을 만들어낸 에드윈 캐머런 등의 얘기를 전한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국가, 기득권과 싸우고, 엘리트주의를 거부하며,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반전운동을 벌이고, 여성 해방을 부르짖고, 평화주의를 외치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환경운동의 선봉에 섰다. 평생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았던 이들의 삶과 투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34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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