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루나 충격’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입법 서둘러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준 국산 암호화폐 루나 폭락 사태는 가상 자산 투자에 대한 적정 수준의 사회적 규제와 투자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글로벌 시가 총액이 우리 돈으로 한때 57조 원까지 불어나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8위까지 올랐던 루나가 일주일 새 99.99% 대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사회적 충격과 후유증이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국내에서도 루나 투자자 수가 28만 명이라고 하는데 피해 규모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루나와 자매 코인인 테라(UST)의 가치가 알고리즘에 의해 달러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구상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는 예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루나 폭락 사태로 이는 모래성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테라 발행 회사가 연 20%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자금을 끌어모은 행위도 '폰지 사기'에 해당되는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2009년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래 암호화폐 투자가 국민들 사이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해 말 특정금융정보법이 마련됐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 세탁 행위를 감시할 수 있을 뿐이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횡행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58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80%는 2040세대다. 집값 상승 등 불안한 사회상을 타고 다수 국민들이 '영끌'까지 해 가면서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지만 암호화폐 상장과 상장 폐지의 기준조차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루나 폭락에 화들짝 놀란 정부와 여당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 들어갔다고 한다. 오는 24일 금융 당국과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어 루나·테라 사태를 점검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디지털 자산 기본법 등 제정을 논의한다고 하는데 만시지탄이다.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발행 및 유통 플랫폼을 직접 감독하고 법 위반 시 제재할 권한을 이제는 가져야 한다. 암호화폐 관련 법의 조속한 제정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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