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리공연가 ‘삑삑이’의 마임 공연 보러오세요”

‘내 마임에 꽃이 피었습니다’…25일 어울아트센터 오봉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정호재 씨가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정호재 씨가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텅 빈 무대 한 가운데에 옷걸이와 가방 하나가 달랑 놓였다. 하얀 얼굴에 분홍색 볼터치를 한 우스꽝스러운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와 가방을 뒤지고, 가방 속에서 꺼낸 봉투를 들고 마임을 선보인다. 얼마 뒤 남자는 봉투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드는데 장갑이다. 남자는 이 장갑으로 관객을 불러내더니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다. 이어 저글링을 하던 공 하나를 관객을 향해 던지고, 다시 관객이 던진 공을 모자로 받아낸다. 남자는 그 모자로 마술을 시작하는데, 앞서 소품으로 활용했던 장갑은 비둘기가 돼 날아간다.

'삑삑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거리공연가 정호재(34) 씨의 작품 '내 마임에 꽃이 피었습니다'의 모습이다. 그가 10여 년 동안 거리공연으로 선보였던 개별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 실내 공연을 위해 만든 1시간짜리 마임극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별명처럼 따라붙는 삑삑이란 수식어는, 그의 거리공연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다. 이번 작품 주인공도 삑삑이다.

"거리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면을 썼었습니다. 표정이 보이지 않다보니 뭔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면을 벗게 됐고, 여러 분장을 해보며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게 지금의 모습입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관객과 소통할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문구점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풀피리 구입해 '삑삑' 소리를 낸 게 계기가 돼 관객들이 삑삑이란 이름을 붙여줬죠."

거리공연가 정호재. 정호재 씨 제공
거리공연가 정호재. 정호재 씨 제공

그는 2010년부터 대구 동성로를 중심으로 꾸준히 거리공연을 해왔다. 최근엔 해외로도 그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2017년 사비를 들여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2019년까지 3년 동안 참가했죠. 2020년 1월엔 한 에딘버러 페스티벌 관계자의 추천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몰이 주최한 '두바이 몰 스트릿 페스티벌'에 초청공연가로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마임극 '내 마임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들고 관객을 만난다. 25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어울아트센터 오봉홀 무대를 통해서다.

"이 공연이 끝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 동안 하지 못했던 거리공연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8월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대구 동성로 주변을 걷다 보면 하얀 얼굴로 거리를 누비는 그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관람료는 1만원. 6세 이상 관람가. 053-320-5120.

거리공연가 정호재. 정호재 씨 제공
거리공연가 정호재. 정호재 씨 제공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