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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투표 37명' 대구시의회·경북도의회, 관심사는 이미 '차기 의장' 선출?

지방선거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장 선출' 눈치 싸움

대구시의회 기립 표결 모습. 매일신문DB
대구시의회 기립 표결 모습. 매일신문DB

코앞에 닥친 6·1 지방선거로 전국이 달아오르는 가운데서도 대구시의회·경북도의회의 관심은 벌써 '차기 의장' 선출로 쏠리는 분위기다. 대구는 32명 중 20명, 경북은 61명 중 17명의 시·도의원들이 '무투표 당선'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2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모두 국민의힘이 의장단을 장악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무투표로 이미 '다선'을 확정지은데다, 민주당의 인물난 속에 나머지 지역도 상당수는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이번 임기부터 지방의회 의장은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갖는 등 더 많은 권한을 손에 쥘 예정이다. 무투표 당선을 확정한 후보들이 일찌감치 '눈치 싸움'에 돌입한 이유다.

대구시의회 청사. 매일신문DB
대구시의회 청사. 매일신문DB

◆ 대구, 3선-재선 눈치싸움 치열

대구시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이 32명 정수 중 과반을 넘는 20명의 시의원을 무투표 당선으로 배출하며 이미 의장 자리를 확보했다.

특히 이 가운데 이번 선거로 다선 의원이 되는 인사가 10명으로 절반에 달해 의장단 선출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됐다.

이재화 전 시의원이 3선째를 기록하며 최다선 자리를 맡아뒀고, 재선이 확정된 후보만 9명(임인환·김재우·김대현·박우근·김지만·하병문·전경원·이영애·황순자)에 이른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 중에도 재선 도전자가 무소속 포함 6명이다.

일단 3선을 확정한 이재화 전 시의원은 전반기에 즉시 의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選數)가 깡패'라는 여의도 정가의 오랜 정설이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나홀로 3선'의 무게감은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이 전 시의원 역시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확실히 도전한다. 3선 시의원인 만큼 의장을 가장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전반기 의장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재선 시의원들의 도전 기류도 강해 보인다. 의장 선출은 통상 선수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지방의회의 경우 반드시 적용되는 원칙은 아니어서다. 실제로 제8대 대구시의회의 경우 3선 의원 두 명(김규학·배지숙)이 있었는데, 배 시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했지만 후반기에는 재선인 장상수 의장이 선출됐다.

또 최다선인 이재화 전 시의원이 지난 2018년 낙선 이후 4년 간 공백이 있었던 '징검다리 3선'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만 시의원 재선을 노리는 다수의 후보들이 의장직에도 도전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무투표 당선자 가운데서 김대현·하병문 등 재선 시의원들이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 한창 선거운동 중인 이만규 시의원 역시 당선될 경우 의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성환·박갑상 시의원도 당선되면 재선이 되지만 무소속이라는 약점은 있다.

경북도의회 청사 전경
경북도의회 청사 전경

◆ 경북, 5선 있지만 4선들 도전 직면

경북도의회 사정도 마찬가지다. 통상 도의회 의장은 4선 이상 도의원 출신 가운데 배출돼 왔는데,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나올 수 있는 4선 이상 도의원만 최대 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영주 박성만 전 도의원과 포항 한창화 도의원이 대상이다. 박 전 도의원은 이상천 전 의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5선 반열에 올랐다. 최다선의 무게감이 적지 않은 만큼 의장 자리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직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을 쉬는 등 '징검다리 5선'이라는 점, 과거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등의 행적 탓에 국민의힘이 다수인 경북도의회의 절대적 지지는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도의회 안팎에선 박 전 도의원이 국민의힘 당적의 4선 도의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4선 진입이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김희수(포항), 도기욱(예천), 배한철(경산) 도의원이 꼽힌다. 이미 배한철·김희수 도의원은 당선 후 의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언론을 통해 밝히며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정영길(성주) 도의원도 당선되면 4선 반열에 오르지만 무소속이란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일부 후보군은 이미 정치권 관계자들에 지지를 호소하는 등 선거전에 돌입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며 "현 의장이 문경의 고우현 도의원인 만큼 지역별 안배를 통해 차기 의회 전·후반기 의장이 갈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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