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코로나를 극복할 남북의 온정(溫情)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습니다.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습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20년 3월 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친서다. "남과 북은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화답했다. 방호복 때문에 몸은 힘들었지만, 왠지 마음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담당 의사들이 집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루라도 멎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이들은 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검진과 함께 위생선전과 소독사업을 책임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 같은 해 5월 초 '노동신문'은 북한의 마을 주치의라 할 수 있는 '호(戶) 담당 의사'들의 질병 예방 및 방역 활동을 조명했다.

오래전부터 '예방의학'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갖춘 북한은 '사회주의 의학은 예방의학이다.'라는 기치 아래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전염병에 맞서왔다. 하지만 오미크론까지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난(動亂)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최고 지도자의 언급은 현재 북한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기에 걱정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오랜 경제 제재로 의약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바이러스를 이겨내려면 면역력이 중요한데 식량난으로 영양 결핍 상태에 빠진 주민이 적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2021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영양 부족 상태라며 각국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한다.' 2018년 9월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이다. 정부는 남북 정상 간 합의 정신에 따라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우선 코로나 백신 지원을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의약품과 식량은 물론이고 산소호흡기 등 의료 장비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되어야 함에도 대북 제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9년 통일부가 보내려 했던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20만 명분도 운반하는 트럭이 제재 대상이라는 이유로 휴전선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제재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가 내민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신뢰가 많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쉽게 거둬들이면 안 된다. 도움을 주는 것이 도움을 받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도와야 한다.

1960년대 동·서 냉전 시기 동독 주민들 역시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된 서독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신뢰를 쌓게 했고 마침내 베를린 장벽까지 허물 수 있었다.

"서로 온정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하나가 될 것입니다."

초대 통일 독일의 대통령 바이츠제커가 우리에게 주는 조언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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