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지역 활력 정책이 기회발전특구(Opportunity and Development Zone·ODZ), 초광역지역정부, 분권혁신특구 등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중에 기회발전특구는 기존의 특구 제도와 차별화된 핵심 정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특구는 개인이나 기업이 수도권의 자산을 팔아서 비수도권에 지정된 특구로 옮겨 재투자하면 양도소득세 등 세금 감면과 규제 특례를 혁신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특구 입지와 투자 혜택 등의 결정권을 지방정부에 줘 상향식으로 운영하고 특구개발펀드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 구체화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이전(以前) 정부들도 이런 구호를 외치며 비슷비슷한 특구 제도들을 운영해 왔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의 입법 환경, 설계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안의 협치, 중앙부처 간의 협력, 지방정부의 협조를 여하히 이끌어 낼 것인가는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다. 민간의 투자 의욕을 높이고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 차별화되고 실행력을 갖춘 정책 집행에 사활이 걸렸다.
지금도 지역 간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지만 지방 이전 기업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지원되는 혜택과 방식은 어느 지방이나 하나의 빵틀에서 찍어낸 것 같다. 투자 촉진을 위한 보조금은 재정력이 큰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작동되고, 국세와 지방세 감면 등 법령의 제·개정이 필요한 일은 국회에서 하향식으로 균일한 잣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수도권의 지방정부들은 지역 특성을 살린 투자 유치 정책들을 펼치기에 돈과 권한의 제약이 크다.
여야의 협치는 지방 살리기란 명분으로, 중앙 부처 간 협력은 강력한 조정으로 이끌어낸다손 치더라도 특구 성공의 핵심은 지방의 자기 결정권 확대에 있다. 자치재정력과 자치입법권, 주요 결정 권한 등의 획기적인 강화가 선결 조건이다. 예를 들면 지방세의 경우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령에서 기본 사항만 정하고, 지방정부별로 세목의 결정이나 감면율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대폭 열어 주어야 한다. 기회발전특구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나라 전체에 활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실행 주체들이 합력하기를 기대하면서 사소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부처나 위원회에서 '공모하네' '컨설팅하네' 지나치게 간섭하면 '옥상옥'을 만들어 자칫 위축될 우려가 있다. 특화산업을 권역별, 행정구역별로 무 자르듯이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융복합성과 연계성 등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는 지방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둘째, 특구 지정을 너무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고집하면 투자와 정책 지원의 효과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광역 단위 간 초광역정부를 구성하듯이 연관성이 큰 몇 개의 기초 행정구역을 연합해서 운영하도록 하면 어떨까?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대상 지역과 투자 방식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셋째, 지방정부 스스로 자율 의지를 다져 맞춤형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기회의 특구란 오히려 더 치열한 지역 간 경쟁을 예고하는지도 모른다. 그릇을 남다르게 빚어 잘 구워야 상품으로 팔릴 테니 대구시와 경북도에서는 조세 감면에 편중된 방식보다 더 세련된 수단들을 준비해야 한다. 지역 대학 모두에 분야별 워킹그룹 책임을 맡겨 더욱 치열하게 일하도록 해 보자.
내친김에 노파심에서 대구시와 경북도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투자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서울시청의 그것과는 완전히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투자 여건, 창업 생태계와 벤처기업 현황, 민자유치 추진 기관과 펀드, 투자 절차와 신청 서식, 투자 혜택 등이 종합적으로 소개되고 관련 사이트들과도 연계되어 있다.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은 물론 초광역 지방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주요 분야의 플랫폼 구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양 시·도의 협력이 무엇보다 긴요한 투자 유치 분야의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력을 발휘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 정보들을 촘촘히 연결한다면 투자 매력이 넘치는 기회의 땅으로 우뚝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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