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장실에 배설물 흘린 남친 둔기로 살해한 20대女…항소심 감형 '징역 15년'

동거하던 중 '가스라이팅' 일삼은 정황…일방적 관계 주도, '여친 요구 들어줘야' 정신적 종속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 배설물을 바닥에 흘렸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10년 감형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살해 과정에서 벌어진 상해 행위를 살인과 별도 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4일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살인과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혐의인 특수상해와 살인 가운데 특수상해 부분을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가 성립한 전후에 있는 상해행위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유족과 합의하고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고자 초조하고 위축돼 정신적으로 종속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기간과 방법, 결과 등에 비춰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인과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판결은 상고 기각으로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부산 한 대학교 야구 동아리에서 만난 20대 남성 B씨와 2020년 5월부터 교제했다. 이들은 한달 뒤인 2020년 6월부터 A씨가 살던 오피스텔에서 동거했다.

A씨는 동거 중이던 2020년 10~11월 야구방망이 등 둔기로 B씨를 수시로 구타했다. 흉기로 B씨 피부를 수십 차례 훼손하기도 했다.

당시 A씨는 B씨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주도했고, B씨는 A씨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심리적으로 초조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으로 A씨에게 종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부상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B씨가 2020년 11월 10일 오후 11시쯤 화장실에서 바닥에 배설물을 흘리자 화가 난 A씨가 B씨 머리 등에 둔기를 내리쳤다. B씨는 결국 숨졌다.

B씨는 A씨 몰래 자신의 이메일에 상처 기록을 남겼고,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A씨에게 극도로 복종적인 자세와 행동을 보일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친구들 진술에 따르면 B씨는 평소 가학적, 피학적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닌 다른 친구들을 잘 맞춰주는 둥근 성격이었다. 그러다 A씨를 만난 이후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A씨만 떠받들며 성격이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를 만나기 전 B씨는 키 175㎝에 야구 동아리 투수와 감독을 겸할 정도로 건강했으나, 부검 당시 몸무게는 55㎏에 불과했고 빈혈까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A씨는 B씨가 평소 피학적 성행위와 학대 등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였다고 주장했다. 몸에 난 상처 대부분은 B씨가 자해한 것이고, 살해할 당시에도 피·가학적 성행위인 'SM 플레이'를 했을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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