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 IPEF 출범 참여, 눈치 보기 아닌 실리로 중국 설득을

정부가 21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공식화한 데 이어,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IPEF 출범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디지털 경제,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구축하려는 경제 연대의 출범 멤버가 됐다. IPEF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노동 기준, 수출 통제, 반(反)부패 등을 주요 논의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결국에는 실패할 전략"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데 이어 23일 "아태 지역에 어떠한 진영 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분명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IPEF 출범 회의에 참여한 12개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작년 기준 수출액은 2천610억 달러, 수입액은 2천372억 달러였다. 우리나라 수출·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4%, 38.6% 규모이다. 이는 대(對)중국 수출액 1천629억 달러, 수입 1천386억 달러보다 크다. 무엇보다 IPEF가 안보 동맹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등에 대한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위한 회의체인 만큼 중국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

한국의 IPEF 참여로 당분간 한-중 관계는 불편할 전망이다. 그런 불편을 피하려고 지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로 일관했다. 그 결과 한미 동맹은 느슨해졌고, 중국은 한국을 무시했다. 중국과 대등하게 상대하고, 안정적인 무역을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뒷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문 정부 5년이 확인시켜 준 것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실리를 추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친한 한국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용하기도 하다. 대미 관계에서 미국 정부와 소통이 가능한 한국 정부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문 정부를 대미 소통로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국내외 정책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길이 정도이고, 그것이 중국과 관계를 정립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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