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을 내가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없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이 들려주는 내용을 통해 세상 속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내게 익숙한 지역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룬 이야기를 만난다면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더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오늘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나이지리아에서 찾아온 희망에 관한 이야기 두 편을 소개합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기어코 희망을 찾아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용기와 의욕을 찾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 빨간 나뭇잎이 당신에게 힘이 될 거에요
호주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숀 탠의 '빨간 나무'(숀 탠 지음)는 환상적인 느낌의 그림책입니다. '때로는 하루가 시작돼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라는 첫문장으로 책은 시작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기만 하고,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지나쳐 갑니다. 힘든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날, 내가 겪는 아픔과 슬픔이 마치 영원할 것만 같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우도 언젠가는 파란 하늘에 밝게 빛나는 태양과 마주하며 사그라집니다. 절망뿐인 날이 영원할 수 없으니까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고개를 내밀어 우리에게 인사합니다. '빨간 나무'는 그러한 희망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습니다. 다른 그림책과는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밝은 모습을 볼 수 없어 낯선 느낌을 주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를 통해 깊고 어두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함께하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우울하고 음산한 그림에 빨간 나뭇잎이 숨어 있습니다. 작가는 모든 페이지마다 숨은 그 나뭇잎을 찾아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빨간 나뭇잎, 그것이 바로 숀 탠이 말하고자 하는 '희망'의 정체입니다.
숀 탠이 말하는 '희망'은 거창하고 밝기만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로는 아주 작게, 때로는 정면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흔히 우리는 절망 속에서 희망은 감히 꿈꾸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희망은 절망과 괴로움과 슬픔의 경계에서 작은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바로 자기 자신이 바라던 그 모습으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절망 속에 숨은 빨간 나뭇잎을 한 장 한 장 찾으며, 마침내 빨간 나뭇잎이 무성히 달린 나무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변화를 향한 한 소녀의 일기장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는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10대 소녀 캄빌리가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나이지리아에서 식음료 사업체를 운영하며 진보 성향의 언론사도 소유했으며 사람들에게 항상 베푸는 성품으로 지역사회뿐 아니라 종교계에서까지 널리 추앙받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소녀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누리는 넉넉한 환경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캄빌리의 일상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를 만큼 두려운 상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난한 부모님 아래 태어나 무지막지한 고생 끝에 자수성가를 한 동시에, 가톨릭교로 귀의해 원리주의자로서 엄청난 고집을 가진 인물입니다. 가족 내에서 권위와 폭력을 일삼으며 가족 구성원에게 고분고분한 순종을 요구합니다. 캄빌리의 어머니 역시 남편 때문에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아무에게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직 학생인 캄빌리 역시 꼼짝없이 아버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라야만 하는 처지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캄빌리의 오빠가 아버지의 명령인 주일에 영성체 받기를 거부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성공이 당연하기 때문에 자녀가 이러한 넉넉한 투자 속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며, 자녀는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도시에 사는 다른 가족, 즉 고모네 가족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맛본 캄빌리가 사촌들과의 생활을 통해 점차 주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매우 편안한 문체를 택하고 있어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청소년의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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