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20> 모든 아이들이 꿈을 꾸진 않는다

김진엽 고산도서관 사서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김명우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김명우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친구들의 꿈은 뭐예요?" 초등학생 친구들과의 독서회에서 무심코 물어본 질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꿈이 없는데요?", "꿈이 꼭 있어야 하나요?", "아직 없는데요."

'의사요!', '대통령이요!', '선생님이요!'라는 대답을 들을 줄 알았던 나는, 순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어릴 때 큰 꿈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책방 사장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꿨다.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던진 질문이 아이들에겐 당연하지 않았다. 허나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모두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꿈을 꾼다고 해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못 이룰 꿈이라도 다들 한 번씩은 꿔보지 않는가. 아이들이 미래에 거창한 무엇인가가 아닌 다양하고 많은 꿈을 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내가 아이들에게 소개한 동화책 '꽃들에게 희망을'에는 단순히 먹고 자라는 것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노랑 애벌레와 애벌레 기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른 채 무작정 다른 애벌레들을 따라 애벌레 기둥을 오르는 호랑 애벌레가 나온다. 두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삶과 자아에 대해 깨달아가는 이야기이다.

독서회를 준비할 때 교훈과 느낀 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항상 다섯 가지 이상의 논제를 준비해 간다. 서로 팽팽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호랑 애벌레 vs 노랑 애벌레', '내가 호랑 애벌레라면 어땠을까', '책 속의 애벌레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등이다.

이유도 모르고 기둥을 오르고 있는 애벌레들이 과연 생각이 없고 한심하기만 한 것인지에 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엔 내심 감탄을 했다. 한 아이는 "그 애벌레들의 꿈은 저 기둥의 끝이었을 것"이라며 "기둥의 꼭대기에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열심히 오르는 애벌레일 뿐"이라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처음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했을 땐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심어주겠다는 부푼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느꼈다. 그럴듯한 교훈을 주는 것 보다는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친구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값진 게 아니겠느냐고.

수업이 끝날 때쯤 아이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희들이 요즘 가장 바라는 일이 뭐야?" 다채로운 답변이 쏟아졌다. "얘들아, 그런 것도 다 꿈이야! 너희가 내일 이룰 꿈! 내일 바라는 꿈! 이루고 나면 행복해지는 꿈! 못 이뤄도 다시 꾸면 되는 꿈!"

김진엽 고산도서관 사서
김진엽 고산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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