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창호법 '음주운전 반복 시 가중처벌'은 위헌…효력상실

헌법재판소,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운전자, 시간제한 없이 가중처벌해선 안 돼"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한 음주운전 증가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8일 오후 9시부터 9일 새벽 2시 사이 경기 남부지역 유흥가 일대에서 음주 운전 단속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한 음주운전 증가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8일 오후 9시부터 9일 새벽 2시 사이 경기 남부지역 유흥가 일대에서 음주 운전 단속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도로교통법 148조2의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를 혼합해 두 차례 이상하거나, 음주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한 운전자에 대해 2~5년 징역형 또는 1천만~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가중처벌 요건이 되는 '반복 위반' 사이에 시간 제한이 없는 점, 위반행위의 경중을 가리지 않은 채 비교적 가벼운 이력까지도 반복 시 처벌 근거로 삼는 점 등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 측정거부 전력을 가중 요건으로 삼으면서도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가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며 "과거 위반행위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에게도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또 "반복 위반했다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다양한 유형이 있고 경중의 폭이 넓으므로 형사상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법정형의 폭도 개별성에 맞춰 설정돼야 한다"며 "이 조항은 하한을 징역 2년 또는 벌금 1천만원으로 일률적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반복적인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면은 있다"면서도 "중한 형벌이 일시적으로 억지력을 발휘할 수는 있으나 결국 면역성이 생겨 실질적 기여를 못할 수도 있다. 효과가 있더라도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교화 목적에서 형벌 이외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비형벌적 방지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죄질이 가벼운 재범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형벌 본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시동이 안 걸리도록 하는 장치를 차량에 부착하게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날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음주운전 재범이 증가 추세인 데다 국민 법 감정 역시 엄벌을 요구하는 점 등을 들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환기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배경으로 한다. 음주운전 총 발생 건수는 감소하지만 재범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기도 하는 실태를 감안해 입법화한 규정"이라며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에 상응할 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 감정을 반영한 형사정책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고려해 형벌을 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 최소한의 구별 기준을 정한 뒤 법관이 넓은 법정형 범위 안에서 개별 사건 사이의 형평을 맞출 수 있다면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윤창호법에 대한 두 번째 위헌 판단이다.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조항에 대해 '반복된 음주운전에 대한 가중 처벌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온 바 있다.

당시에는 2020년 6월 9일 개정되기 전 윤창호법 조항 중에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게 한정해 판단내렸다.

이번 '위헌' 판단은 아직 효력이 남아있던 조항으로 판단 범위를 넓힌 것으로, 이에 따라 윤창호법은 효력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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